뛰는 범인 위에 나는 ‘과학수사’ 있다

뛰는 범인 위에 나는 ‘과학수사’ 있다

입력 2014-11-03 00:00
수정 2014-11-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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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대전 서구 용문동 한 식당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와 과학수사 요원들은 여간 노련한 범인이 아님을 직감했다.

경찰 수사기법을 잘 아는 사람이 분명했다. 범행 현장엔 지문이 아닌 장갑 흔적만 보였다.

하지만 서부경찰서 과학수사 요원들은 창틀의 작은 흔적까지 분석해 결국 쪽 지문을 찾아냈고, 김모(39)씨가 침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부산지검에서 같은 범죄로 수배중인 베테랑 절도범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달 2일 김씨를 붙잡았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김씨의 수법으로 봤을 때 이전에도 많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분명했지만 경찰이 여죄를 캐묻자 김씨는 부인하기 시작했다.

김씨의 입을 여는데는 지난 2013년 9월 대전 대덕구의 한 옥탑방에서 채취한 유전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현장은 더 열악했다. 힘들게 찾은 지문조차도 뭉개져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현장에서 과학수사 요원들은 범인이 서랍을 열다가 남긴 소량의 땀을 발견, DNA를 채취해뒀다.

그 DNA와 김씨의 유전자가 일치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2013년부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했고, 과학적 증거 앞에 김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4월 대전 동구 홍도동의 한 식당, 지난 5월 중구 부사동 한 식당에도 유전자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를 토대로 경찰은 김씨가 1년여간 총 46회에 걸쳐 대전·부산 등지에서 영업이 끝난 식당에 들어가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턴 것을 확인했다.

결국 김씨는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과학수사의 날’을 하루 앞둔 3일 홍영선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사건 현장에 처음 가면 아무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하나씩 증거를 찾아내 범행 당시 상황을 구성하는 것이 과학수사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증거 분석을 위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분말과 액체를 매일같이 가까이 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럼에도 과학수사 요원들이 현장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홍계장은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며 “범인을 추적하고 그의 입을 열게 하는 힘은 과학적 증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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