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CNC선반 ·대기업 취직 27살 나이에 아파트 2채·자가용 보유…개인 경쟁력 향상 위해 대학 진학 결심 재직자 특별전형 통해 늦깎이 대학생활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도 기사 자격증 교재는 참 어렵더군요. 그 순간 ‘난 기능인이었지, 기술자는 아니었구나’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때까지 필요 없다고 여겼던 대학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습니다.”
조재우씨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가정형편이 급격히 나빠져 부모님 곁을 떠나 할머니 손에서 자랐던 조씨는 비행기 조종사라는 어릴 적 꿈을 접고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생각에 부산기계공고에 진학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전국기능경기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에 매달렸던 조씨는 고3 때 지방대회 금메달, 전국대회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올림픽 출전을 지원하는 삼성테크윈에 취직까지 했다.
조씨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기계 옆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잠도 하루 네다섯 시간으로 줄였다”면서 “졸음이 올 때는 CNC 선반 강국인 일본선수의 경기 영상을 반복해 분석하며 기술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조씨는 2009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에 16년 만에 CNC 선반 직종에서 금메달을 안겼고, 대통령과 만찬 및 카퍼레이드 환영식 등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대기업 취직과 국제대회 수상에 아파트 2채와 승용차까지 장만했지만, 조씨는 “영화 ‘모던 타임즈’처럼 반복되는 삶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회의감과 ‘고졸’이라는 학력의 벽을 직업적 전문성으로 뛰어넘겠다는 생각에 퇴근 뒤 ‘일반기계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학력의 벽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그는 “책에는 상상했던 내용과는 달리 각종 수학 공식이 적혀 있었고, 처음 보는 전문용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 대학에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생각할 즈음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을 알게 됐고, 부랴부랴 창원대 메카융합학과 야간학부에 지원했다. 그는 “대학생인 고향 친구들의 ‘공대 학문의 기본은 수학’이라는 충고에 따라 입학 뒤 학부 과정을 감당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중·고 수학 EBS 교재와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공부했다”고 말했다.
야간학부이지만 3교대 근무여서 출석이 쉽지 않지만 직장 선배·동료의 배려로 주경야독을 즐겁게 한다는 조씨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하루하루 바쁘지만,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남정(45·여)씨는 중소기업 등에서 25년째 근무하는 중견 간부로 올해 동덕여대 세무회계학과 4학년이다.
김씨 등 2명은 수기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송예진(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씨 등 6명이 장려상을, 허혜희(동아대 국제무역학과)씨 등 6명이 각각 특별상을 받았다. 교육부는 체험수기집을 학생지도 자료로 쓸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전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에 배부하고 기업과 대학 등에도 보낼 예정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3-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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