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표 구하고 새벽부터 출발…귀향 시민들 풍경
25일 명절 연휴 본격적인 귀성 전쟁이 시작됐다.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는 이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교통편 확보다. 열차나 항공편은 표가 금세 매진돼 구하기 쉽지 않고, 도로는 으레 막히는지라 가능한 한 편하게 귀성할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하지만 고향에서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을 뵐 생각에 이깟 고생 쯤이야 거뜬히 감당할 만하다.
올해 3월 결혼한 대기업 직원 강두현(35)씨는 이번 추석에 아내와 함께 친가인 제주도로 내려가야 하지만 항공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제주행 항공권 예매가 부쩍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가족 단위 여행객처럼 항공권 4장 정도를 구하려면 6개월 전부터 예매해야 할 정도”라며 “표 두 장을 구하려고 점심때마다 계속 항공권 예매 창을 띄우고 ‘새로고침’을 한 끝에 2주 전에야 겨우 예매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열차 역시 ‘예매 전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한기범(42)씨는 이번 추석에 다행히 고향 경남 창원까지 KTX로 편하게 내려갈 수 있게 됐지만, 표를 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씨는 “올 추석에 처음으로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는데 3분 만에 카드 결제를 하지 못하면 튕겨나가는 통에 결국 실패했다”며 “다행히 장모님이 수고를 무릅쓰고 기차역에서 대신 줄을 서 표를 구해주셔서 그걸로 고향에 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속버스표라도 예매한 시민들은 긴 여행길 좌석에 앉아 허리와 엉덩이를 혹사할 생각에 벌써 걱정이다.
직장인 신모(26·여)씨는 추석 연휴에 근무를 할 줄 알았다가 뒤늦게 근무일이 바뀌어 고향 부산에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뒤늦게 허둥지둥 교통편을 찾다 보니 열차 표는 모두 매진된 상태였다.
신씨는 “다행히 고속버스는 좌석이 좀 남아 있었지만, 모두 가장 불편한 맨 뒷자리 통로 쪽이었고 그마저도 좋은 시간대가 없었다”며 “불편하지만 짧아도 6시간 정도는 고생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가 있거나 가족이 많아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도로가 정체되는 시간을 최대한 피하려고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김원성(37)씨는 이번 추석에 어머니를 모시고 자가용으로 외가인 충남 대천에 다녀올 계획이다.
김씨는 “거리상 대천까지 평소에는 2시간30분 정도 걸리지만 명절 도로 상황을 고려하면 넉넉하게 4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면서 “가능한 한 차가 막히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까지 가야 하는 강모(26)씨는 “명절에 도로가 막힐 때 가면 10시간씩 걸릴 때도 있어 이번에는 새벽 시간대에 움직이려고 한다”면서 “어릴 때부터 20년째 명절에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아침 일찍 부스스한 상태로 이동하고 있어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어차피 차를 몰고 오랜 시간 내려갈 귀향길이라면 동행이 있는 편이 덜 지루할 터. 고향 친구의 차량을 얻어 타고 함께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고향이 전남 장흥이라는 직장인 김희성(30)씨는 이번 추석에 친구 자가용을 얻어 타고 귀성하기로 했다. 예전 명절에 혼자 운전하며 내려갔다가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졸음을 참으라 애먹은 기억이 나서였다.
김씨는 “그때 고향까지 8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운전해가는데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놔도 잠이 쏟아져 휴게소를 들락거리며 고생을 많이 했다”며 “이번에는 친구와 운전을 번갈아 하면서 여유 있게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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