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 구조하다 숨진 특전용사 고교 때도 6명 구해

교통사고 피해자 구조하다 숨진 특전용사 고교 때도 6명 구해

입력 2015-10-22 16:11
수정 2015-10-22 16: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 정연승 상사, 강에 빠진 행락객 구조…아버지 “물에 젖은 채 들어와 호통”

8일 오전 경기도 부천 송내역 부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가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치여 사망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정연승(35) 상사.
8일 오전 경기도 부천 송내역 부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가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치여 사망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9공수여단 정연승(35) 상사.


지난 9월 경기도 부천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다 트럭에 치여 숨진 고(故) 정연승 특전부대 상사가 고교 시절 물에 빠진 6명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정 상사의 아버지 정경화(71) 씨는 22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물에 빠진 사람 여섯 명을 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아들은 어렸을 적부터 심성이 착해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며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 날도 어머니한테 준다며 민물조개를 주우러 강에 나갔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한 정 상사는 온몸이 물에 흠뻑 젖은 채 신발과 옷도 없이 비료 포대를 바지 대신 걸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경화씨는 회고했다.

이 모습을 본 경화씨는 깜짝 놀라 “이게 무슨 꼴이냐”며 호통을 쳤다.

평소 말이 별로 없던 정 상사는 아버지의 계속된 추궁에 겨우 입을 열었다. 아들이 들려준 얘기에 정 씨는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서울에서 놀러 온 사람들 6명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걸 보고 곧바로 뛰어들었다는 거예요. 차례로 모두 구해낸 뒤 인공호흡을 하고 응급조치까지 해주고 돌아왔다는 겁니다”

모두 무사한 걸 확인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 상사의 옷과 신발은 모두 강물에 떠내려간 뒤였다.

남한강변인 충북 충주시 금가면 잠병리 초당마을이 고향인 정 상사는 어려서부터 강을 놀이터 삼아 자라 수영을 매우 잘했다. 강을 벗삼아 놀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 수영 실력이 소중한 생명을 여섯이나 구한 것이다.

정 상사는 마을에서도 마음 따뜻하고 예의 바르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정 씨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동네 어르신들이 짐을 들고 가는 걸 보면 손에 들고 머리에 이고서라도 들어 드리곤 해서 마을 어른들이 인정해줬다”고 말했다.

정 상사는 지난 9월 8일 부천에서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조하던 중 신호 위반 트럭에 치여 서른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가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에서 목욕, 청소, 빨래 봉사를 하고, 결식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충주시 금가면 주민들은 정 상사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기리는 추모비를 오는 28일 금가면사무소 앞 광장에 세운다.

추모비에는 짧지만 아름다웠던 그의 삶의 역정이 자세히 담긴다.

추모비는 “어려운 근무 여건에서도 열심히 봉사 활동을 하고, 박봉을 쪼개어 소년소녀 가장을 후원한, 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특전용사였다”고 정 상사를 기록한다.

또 “평소 몸에 밴 봉사와 희생 정신, 특수부대원의 강한 정신력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생명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비운을 맞이했다”고 전한다.

이날 추모비 제막 행사와 함께 그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도 열린다. 추모 공연과 추도사, 유족대표 인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이뤄진다.

추모식은 정 상사가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다닌 금가면의 직능단체장들과 모교 동문이 그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기리려고 자발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꾸려 준비했다.

추모비 제작과 추모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했다. 한 익명의 독지가는 200만 원을 쾌척했다.

정 상사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일을 하다 떠난 아들을 위해 추모비도 세우고 추모식도 열어준다니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그래도 가슴에 쌓인 슬픔이 가시진 않는다. 아직도 아내와 함께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