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가 직원에 ‘2인1조’ 거짓진술 지시 정황도 확인
작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서울메트로 관계자 1명과 정비 회사 임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는 첫 사례여서 ‘판박이’ 사례인 이번 구의역 사건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작년 8월 29일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숨진 조모(29)씨 사망 사건을 9개월여 수사한 끝에 강남역 부역장과 정비업체 유진메트로컴 대표와 본부장 등 총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사고 당시 강남역 책임자였던 부역장은 수리 사실을 관제센터 등에 알리거나 정비 과정을 실시간 무전 보고 하거나, 수리 현장에 작업감독을 배치하는 등의 매뉴얼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부역장은 경찰 조사에서 숨진 조씨가 “유진입니다”라고만 말하고 역무실을 그냥 나갔다고만 진술, 자신은 수리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비 직원은 스크린도어 수리 전 역무실에 들러서 어떤 스크린도어가 고장인지 등을 확인하게 돼 있고, 폐쇄회로(CC)TV에도 조씨가 사고 전 역무실에 들어갔다가 1분여 뒤에 밖으로 나온 장면이 찍혀있다.
통상 스크린도어 고장을 가장 먼저 인지하는 기관사가 고장 사실을 무전으로 관제 센터에 알리고, 센터는 해당 역에 이를 통보하게 돼있다.
따라서 강남역 부역장도 스크린도어 고장 사실을 미리 알았고, 조씨가 역무실에 온 것이 스크린도어 수리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았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역 책임자는 스크린도어 수리 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열차 간격 조정 등을 위해 수리 시작 사실 등을 센터에 알리고, 역 직원을 작업 감독으로 정비 직원 곁에 배치해야 하지만 부역장은 사고 당시 이를 모두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크린도어 고장의 90% 가량이 모두 센서 불량인데, 센서 부분을 닦으면 곧 정상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역과 업체가 모두 방심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역장은 사고 당시 일과 이후라서 부역장이 당시 모든 상황을 책임지게 돼 있어 형사입건을 면했다.
사건 당시 유진메트로컴 본부장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 대비하면서 직원들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 방에다 “2인 1조로 출동했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조사 첫 날에는 미리 짠 대로 2인 1조로 출동했다고 진술했지만, 조사 둘째 날에는 진술을 번복하고 사고 당시 고인 혼자 출동한 것이 맞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진메트로컴 직원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다른 직원이 본부장 지시를 메신저 단체방에 전달해 입을 맞춘 사실을 확인했다.
정비회사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작업을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놔 2인 1조 매뉴얼이 잘 지켜지지 않았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폭넓게 수사해왔다. 이후 조씨 유가족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을 검찰에 고소했고,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도 이들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하기로 결론짓고 검찰과 송치 여부를 조율 중인데, 보강 수사 지시가 없을 경우 이르면 다음주께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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