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내부 정보로 홀로 손실 줄인 최은영… 비난받고 처벌 면하나

[현장 블로그] 내부 정보로 홀로 손실 줄인 최은영… 비난받고 처벌 면하나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6-08 23:12
수정 2016-06-0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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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한 차림의 회장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흰색 카디건과 검은색 바지, 뿔테 안경을 쓴 수수한 차림이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수수한 차림의 회장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흰색 카디건과 검은색 바지, 뿔테 안경을 쓴 수수한 차림이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자신의 한진해운 주식을 미리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8일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한진해운은 올해 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뢰로 실시한 삼일회계법인의 경영실사를 토대로 4월 22일 이사회에서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최 전 회장과 두 딸은 갖고 있던 주식 97만주를 4월 6~20일 27억원을 받고 모두 팔았습니다. 그리고 금융위원회와 검찰 조사 결과 최 전 회장 등은 10억원 정도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은 손해를 최소화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 최 전 회장 일가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사회적 공분은 거세기만 합니다.

그런데 최 전 회장을 마주한 검찰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사회적 비난의 정도와 별개로 그를 단죄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미공개 정보 혐의는 정보가 만들어진 시기와 전달 과정을 규명해야 죄로 성립됩니다. 하지만 ‘말’로 전달되는 정보의 특성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거죠. 검찰 관계자는 “단순한 전화통화 흔적이 아니라 주식거래를 제안하는 정보 전달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당사자들이 부인하면서 처벌을 면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펴낸 ‘2014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 거래 행위 등 증권·금융범죄자 중 71.4%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최 전 회장과 두 딸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았는지,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처벌이 약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십억원의 불법 이득을 거둬도 집행유예, 벌금형이 선고되면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회 지도층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을 위해 처벌 강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6-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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