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현장 피로감 극에 달해…전남도 감사 수준 ‘점검’ 빈축

AI 방역현장 피로감 극에 달해…전남도 감사 수준 ‘점검’ 빈축

입력 2017-01-06 09:42
수정 2017-01-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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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살처분 참여로 방역초소 근무 늦은 직원에 ‘지각 확인서’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50일 넘게 지속하면서 방역현장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다.

이 와중에 전남도는 살처분에 참여하느라 방역초소 교대시간을 맞추지 못한 공무원에게 ‘지각 확인서’를 요구해 사기마저 땅에 떨어뜨렸다.

6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 도민안전실과 감사관실은 합동으로 시·군 거점 방역초소를 돌며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사항은 통상 3~4명인 근무 인원이 자리를 지키는지, 초소를 지나가는 차량에 대한 소독이 철저히 이뤄지는지, 소독약품이 섞인 폐수가 적절히 처리되는지 등이다.

분출구에 이물질이 껴 소독약이 제대로 분사되지 않거나 차고가 높은 차량 윗부분에 소독약이 미치지 않는 등 지적사항이 나와 현장에서 조처됐다.

소독 후 흘러나온 폐수가 고여있거나 근무 매뉴얼이 제대로 숙지 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피로가 쌓인 용역요원 등 민간인은 교체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남도는 전했다.

임성수 전남도 사회재난과장은 “AI 사태가 오래 이어지다 보니 이완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점검했다”며 “도는 그동안 핫팩 6천900개와 라면, 생수 등을 지원했다”고 느닷없이 홍보했다.

현장의 방역요원들은 아우성을 쳤다.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등 겹겹이 쌓인 ‘감시의 눈’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점검’을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감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남도는 20여 분가량 방역초소 교대시간에 늦은 한 자치단체 직원에게 확인서까지 요구했다.

이 직원은 살처분에 참여하느라 교대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치단체 관계자는 “전남도에서 몇 차례 방역현장을 점검해 지적사항이 나오기는 했지만, 확인서를 요구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군 방역관들이 AI 상황실, 살처분 현장, 방역초소를 누비는 동안 전남도 관계자들은 전문 지식도 없이 체험하듯 현장을 살피기도 해 빈축을 샀다.

모 자치단체 관계자는 “살처분 현장 상황을 점검받는데 마치 견학 온 학생에게 설명하는 기분이었다”고 불평했다.

주동식 전남도 도민안전실장은 “매를 때리는 데는 신중하더라도 매를 들고 있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백번, 천번 강조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서 점검한 것이지 사기를 떨어뜨리려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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