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센터에 거액 후원하면서도 삼성은 ‘을’…檢 “갑·을 바뀌어”

영재센터에 거액 후원하면서도 삼성은 ‘을’…檢 “갑·을 바뀌어”

입력 2017-01-17 13:40
수정 2017-01-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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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센터에 업체 등록 요청하고 계약서까지 먼저 작성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삼성 측이 ‘도와주는’ 입장이면서도 연신 ‘을’의 태도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후원금 지원에 관여한 삼성 측 관계자들은 영재센터의 사업이 부실해보였지만 윗선의 지시라 어쩔수 없이 일을 처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장씨의 첫 정식 재판에서 검찰은 후원금 지급에 관여한 삼성 직원들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삼성이 1차 후원금 5억 5천만원을 영재센터에 후원할 때 관여했던 삼성전자 A 차장은 검찰에서 “영재센터 측 PPT 자료를 봤는데, 수준이 부실하다는 인상이었고, 자료만 봐서는 영재센터에 후원해줘도 회사에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A 차장은 후원금액을 영재센터 관계자가 먼저 얘기해 놀랐다고 기억했다. 무슨 사업인지도 모르는데 영재센터 측에서 1차 5억원, 2차로 10억원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A 차장은 이 자리에 함께 있던 제일기획 이모 상무의 반응이 이상했다고 진술했다.

금액을 들은 이 상무가 “검토 후 답변드리겠다”고 호응한 뒤 관계자들이 일어나자 1층 로비까지 이들을 배웅하러 갔다는 것이다.

A 차장이 의문이 생겨 상관인 박모 상무에게 보고하자, “하라면 하는거지, 안할 수 있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A 차장은 윗선에서 업무 처리를 서두르라고 해 계약서마저 먼저 작성한 뒤 영재센터 측에 보내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삼성 측은 영재센터에 “오전 중에 업체 등록해주면 감사드린다”는 취지의 메일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영재센터가 업체 등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급하게 돈 먼저 챙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을’이었어야 할 영재센터는 당당하게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청하고, 당연히 ‘갑’이었어야 할 삼성전자는 한시라도 그 금액을 맞추려고 조급해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후원금 지급 실무를 담당했던 삼성전자 B 과장의 진술도 공개했다.

B 과장은 검찰에서 “상무로부터 저쪽(영재센터)에서 급하다고 하니 최대한 빨리 후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영재센터에서도 캠프일정을 촉박하게 잡아서 후원금 지급을 독촉했다”고 말했다.

이때 분위기에 대해 B 과장은 “상부에서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2차 후원에 대해서도 “상무가 ‘추가 요청이 들어와 긍정 검토해야 할 것 같다. 금액은 10억 안쪽을 줘야할 것 같다’고 했다”며 “이상하긴 하지만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토달지 못하고 진행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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