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서울신문 DB
약 30㎝ 높이의 교구를 이용해 수업을 하다 초등학생을 떨어져 다치게 한 태권도 관장을 과실치상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전주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전주에서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5일 자신이 운영하는 전주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원생인 B군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높이 31㎝, 상단 원지름 12㎝, 하단 원지름 21.5㎝의 타원형 모형의 교구인 ‘원탑’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는 일명 ‘중심잡기’ 수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8세인 B군은 원탑 위에서 떨어져 약 3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 왼쪽 팔꿈치 골절상을 입었고, A씨는 사고 방지를 위한 충분한 주의사항 설명 및 안전장치 설치 등을 하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A씨가 중심잡기 훈련을 할때마다 매번 준비운동을 했고, ‘훈련 중에 밀거나 장난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안전 교육을 반복했다는 점, 당시 태권도장에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바닥이 설치돼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A씨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운동 수업 중이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을 것인데도 이에 미흡해 8세의 어린이가 작지 않은 상해를 입게 됐다”며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중심잡기 훈련을 하면서 골절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고, 원탑의 높이가 8세에 가까운 연령인 아동에게 지나치게 높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중심잡기 훈련 중 낙상이나 골절 등 중대한 부상이 발생할 위험이 일반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을 상대로 꾸준히 중심잡기 훈련을 했고, 준비운동 및 안전교육도 나름대로 실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B군이 사고 이전에 이 태권도장에서 약 1년5개월 동안 여러 운동을 하면서 부상당한 적이 없고, B군 외에 다른 원생들이 중심잡기 훈련을 하다 다쳤다는 증거도 없기에 이번 사고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것이라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