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거주 해커에 의뢰해 고객정보 11만건 원격해킹

필리핀 거주 해커에 의뢰해 고객정보 11만건 원격해킹

입력 2014-11-05 00:00
수정 2014-11-0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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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해킹 청부한 50대 검거…”해킹한 정보는 필리핀서 팔아넘겨”

지난 9월 6일 오후 8시께 연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서울 서초구의 한 모텔에 수상쩍은 50대 남성이 들어섰다.

검정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에 노트북 가방을 든 이 남성은 곧장 7층 객실로 올라가 문을 잠근 뒤 노트북을 켜 원격접속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대리운전운행정보 관리업체인 A사 서버를 털려고 필리핀에 있는 해커에게 자신의 노트북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었다.

해커는 이 남성의 노트북 컴퓨터를 원격으로 작동시켜 불과 30분 만에 해킹에 성공해 A사 서버를 이용하는 대리운전업체 두 곳의 고객정보 11만5천606건을 엑셀 파일 형태로 내려받았다.

해당 파일에는 이용고객의 전화번호와 출발·도착지, 당시 배정됐던 대리운전 기사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담겨 있었다.

작업은 이튿날 오전 5시께 끝났고, 이 남성은 유유히 모텔을 떠났다.

5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A사에 대한 해킹을 청부한 이 남성은 한국과 필리핀에서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 양모(50)씨로 밝혀졌다.

직접 대리운전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양씨는 필리핀에 거주 중인 해커 M씨의 힘을 빌려 A사를 해킹하기로 했다.

고객정보만 있으면 회사를 차릴 수 있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보다 발송단가가 싼 모바일 메신저로 스팸을 뿌리면 경쟁업체들을 충분히 제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양씨는 “지사를 설립하게 해 주면 콜 중계 건당 700원을 주겠다”고 속여 A사 서버를 이용하는 한 대리운전업체로부터 접속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았고 이를 이용해 A사 서버를 해킹했다.

하지만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범행은 보안업체 안랩이 A사의 정보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A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수사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모텔 무선인터넷을 이용했지만, 접속 위치가 서초구의 한 모텔이란 것을 파악한 경찰의 끈질긴 탐문수사로 양씨의 정체가 드러난 것.

수사망이 좁혀지자 양씨는 범행 닷새 만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가 경제사정 악화로 도피생활이 어려워지자 지난달 15일 귀국해 경찰에 자수했다.

하지만 그 사이 양씨는 이미 빼돌린 대리운전 고객정보를 필리핀 현지의 개인정보 수집상에게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는 고객정보를 넘기고 200만원을 받았다”며 “여기에는 거주지 등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포함돼 있어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양씨를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이라는 M씨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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