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교육정책만 권한 행사… 입시서 손 떼야 ”

[단독] “정부, 교육정책만 권한 행사… 입시서 손 떼야 ”

입력 2014-11-19 00:00
수정 2014-11-19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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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수능] 1994년 수능 첫 설계한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처음 설계한 박도순(72)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과)는 18일 “수능이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려 춤을 추면서 변질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올해 수능 출제오류 및 변별력 상실 논란과 관련해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따지기 위해 만들었는데, 20년 동안 잘못 운용되면서 생긴 병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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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
1994년 처음 시행된 수능을 도입한 박 교수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수능이 언어와 수리 두 과목뿐이었다”면서 “언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논리적인 사고력이 있는지 따지자는 게 수능의 도입 취지”라고 말했다. 수능이 변질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대 정권을 지목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에는 영역별 점수제로, 노무현 정부 때에는 등급제가 도입됐다”면서 “사교육비를 줄인다면서 이후 EBS 연계로 또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목별 이기주의도 거론했다. 박 교수는 “‘대학에서 영어 교재로 배운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외국어 영역이 추가됐고, 과학계에서 대통령에게 ‘과학중흥을 위해 과학이 들어가야 한다’고 건의해 탐구영역이 생겼다”면서 “그랬더니 이번엔 ‘탐구는 사회 과목에서 해야 한다’며 사탐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입제도 개선과 관련, “정부가 교육정책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입시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며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이 발생할 때 강력하게 단속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정권에 따라 바뀌는 시험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쉬운 수능 방침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첫 수능 기자회견에서 ‘언어 영역은 기자들이 공부하지 않고 보더라도 80점 이상을 맞게 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국어 영역을 기자들이 지금 풀어보면 점수가 낮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이 EBS와의 연계를 통해 쉬워 보일 뿐이지 결코 쉽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11-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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