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합병증,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당뇨합병증,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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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에 건강검진을 받고 고혈당이라는 진단을 받은 김충곤(51)씨. 김씨는 병원에서 혈당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치료하라는 권고를 들었지만, 한 달여 만에 치료를 그만 두었다. 직장일 때문에 불편해서였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최근 김씨는 전립선 농양을 치료하던 중 심한 고혈당으로 내분비내과를 다시 찾아야 했다. 검사 결과, 공복혈당이 300㎎/㎗을 넘고 당화혈색소가 13.6%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김씨는 불편하지 않다며 치료를 거부했지만, 이어진 합병증 검사에서 망막의 황반부종, 미세동맥류, 출혈, 삼출 등 심한 망막증 소견과 자율신경 및 말초신경 이상, 불안정 협심증 등 치명적 심혈관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치료를 시작했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숙 교수는 “김씨의 경우처럼 많은 당뇨환자가 심한 고혈당에도 다음·다뇨 외에 다른 불편이 없다며 진료를 기피해 합병증 조기진단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은 발가락 괴사부터 머릿속의 뇌졸중까지, 또 심장부터 신장까지 온 몸 어디에서든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201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의 성인 중 12.4%인 400만 명이 당뇨병을 갖고 있다. 이 중 3분의 1 가량은 자신이 당뇨병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특히 30~40대는 10명 중 6명이 당뇨병을 가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신체 곳곳의 기관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당뇨 합병증은 실명원인 1위, 교통사고를 제외한 족부절단 1위, 만성신부전 원인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지만 경각심은 여전히 허술하다.

 당뇨합병증은 혈당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급성합병증과, 장기간의 고혈당 상태로 발생하는 만성합병증으로 구분한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 중풍 등 뇌혈관질환, 망막증·콩팥병·신경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이 꼽힌다.

 문제는 일단 합병증이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다는 점.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합병증을 예방하고,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약물, 식사, 운동을 통한 철저한 혈당 조절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의 치료 및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환자 사망원인 1위 심혈관질환

 당뇨병환자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이다. 당뇨병 자체가 심혈관질환의 독립적 위험인자이며, 함께 동반되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도 위험인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들은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혈당조절과 함께 더욱 철저한 혈압조절(130/80mmHg 이하), 철저한 금연, 고지혈증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 증상이 없더라도 관상동맥 질환의 선별검사를 받아 한번 발생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의 발생을 차단해야 한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망막증과 같은 눈과 관련된 합병증은 2008년 23만 명에서 2012년 31만 명으로, 당뇨합병증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눈의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생긴 신생혈관이 터지면서 발생한다. 또 망막중심의 초점이 맺히는 황반부가 붓는 경우 시력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2형 당뇨병 초기 진단 시 환자의 80%가 망막증이 시작됐다는 소견이 나오고 있고, 시력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증상이 매우 악화된 상태여서 대부분 정상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혈당조절과 당뇨병을 진단 받은 해부터 매년 1회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최소 3~6개월마다 정기적인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시력 상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이 방법이다.

 

 ■혈액투석으로 이어지는 신장 합병증

 당뇨병성 신장병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의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혈액을 거르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고, 신장 기능이 떨어져 인공으로 혈액투석을 받게 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의 하나이다.

 소변에 알부민이 1일 30~299mg이 검출되면 이미 신장 합병증이 시작된 상태이므로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당뇨병 환자는 매년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발을 위협하는 당뇨병성 족부병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가장 흔한 말기합병증으로, 신체장애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매년 10~12만 명이 당뇨병성 족부병으로 발을 절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당뇨병에 의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이 둔해지고, 당뇨에 동반되는 혈액순환장애로 상처가 아물지 않아 족부의 조직이 썩는 괴사가 발생한다. 특히 당뇨병이 오래되면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갈라지고, 쉽게 상처가 나며, 무좀 등의 감염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상 발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작은 상처도 주의해 치료해야 절단을 막을 수 있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매년 족부검사와 함께 감각이상과 혈액순환장애 검사를 받아 문제가 드러나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도 당뇨병은 피부질환, 폐렴, 인플루엔자, 임신의 악화 등 많은 합병증 및 동반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문제를 찾아내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6의 당뇨합병증 치주질환

 미국 당뇨학회는 당뇨환자의 합병증으로 망막증 신증 신경장애 말초혈관장애 대혈관장애와 함께 치주질환을 제6의 당뇨 합병증으로 꼽았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위의 조직에 병이 생기는 것으로, 흔히 ▲이가 시리거나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며 ▲이가 흔들려 씹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잇몸이 내려앉아 치아 뿌리가 드러나는 증상을 보인다. 이런 치주질환은 치아 표면에 붙은 세균덩어리인 치태(플라그)에 의해 발병한다. 치태는 칫솔질을 통해서만 제거되는데, 제때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침 속의 칼슘, 인 등의 성분과 결합해 단단한 치석으로 변한다. 치석은 양치질로 없어지지 않아 스케일링(치석제거술)을 통해서만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치주질환이 만성염증성 질환이어서 특정 인자의 분비를 촉진해 당뇨 환자의 혈당을 악화시키며, 이로 인한 고혈당이 동맥경화를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협심증, 심근경색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제2형 당뇨의 경우 정상인과 비교해 치주질환 발병은 2.6배, 치조골 소실은 3.4배 이상 많으며, 비만일수록 치주질환이 더 쉽게 중증으로 진행된다. 경희대 치과병원 치주과 신승일 교수는 “당뇨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치태의 정도는 유사하더라도 치은혈구액과 혈액의 포도당 양이 많다”면서 “이렇게 증가한 포도당이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세균의 증식을 촉진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케일링을 통해 치태와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 이후 증상에 따라 치은소파술, 치조골 성형, 치은절제술 등 다양한 치료가 시행된다. 당뇨 환자의 경우에는 혈당치에 따라 치료시기가 따로 정해진다. 신승일 교수는 “공복혈당이 70㎎/100㎖ 미만이거나 200㎎/100㎖를 초과할 경우 응급치료 이외의 다른 치료는 혈당 조절 이후에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숙·치주과 신승일 교수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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