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최강믿음 사자왕을 깨우다

최강희 최강믿음 사자왕을 깨우다

입력 2012-02-27 00:00
수정 2012-02-2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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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국대’ 이동국, 우즈베크 평가전 멀티골 승리 견인

“이동국이 그동안 국가대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내일은 어떨까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공식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물었다. 축구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기량을 발휘할 시간을 제대로 못 받았던 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이 바뀌고 시간이 주어지면 분명 좋은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K리그 전북의 우승을 두 차례나 합작한 ‘애제자’에게 힘을 실었다. 말을 전해 들은 이동국은 “(그동안의 대표팀 부진을) 변명하고 싶진 않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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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대표팀의 이동국이 지난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전반 추가시간에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듯 내달리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이동국이 지난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전반 추가시간에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린 듯 내달리고 있다.

전주 연합뉴스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이동국은 지난해 10월 폴란드전 이후 4개월 만의 A매치에 스타팅으로 섰다. 뭔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이동국의 표정은 놀랍게도 편안했다. 2009년부터 세 시즌을 누빈 ‘전주성(城)’은 안방 같았다. 경기장을 찾은 2만 8931명은 전광판에 ‘라이언킹’이 비칠 때마다 환호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이 그런 대우(?)를 받은 건 꽤 오랜만이었다.

무한신뢰를 보내는 최 감독 밑에서 이동국은 멀티골로 화려하게 보답했다. 전반에만 두 골을 넣었다. 선제골은 전반 18분이었다. 김두현(경찰청)이 내준 공을 받아 한 템포 죽인 뒤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2010년 3월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2년 만의 A매치 득점.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이근호(울산)·김두현 등에게 찬스도 만들어 줬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한 골을 더 넣었다. 이근호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한국은 이동국의 두 골로 전반을 2-0으로 앞섰다. 몸풀기를 끝냈다는 듯 후반 13분 신형민(포항)과 교체돼 나갔다. 한국은 4-2로 이겼다. 이동국으로선 그동안의 설움을 모두 털어버린 한 판이었다. 맨오브더매치(MOM)는 덤이었다.

이동국은 “익숙한 감독님, 익숙한 경기장에서 마음 편하게 뛰었다. K리그를 통해 검증된 선수들이라 며칠 훈련했는데 빠르게 하나의 팀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쿠웨이트전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남은 시간 잘 준비해서 꼭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동국은 심리적인 부분에 많이 좌우되는 선수다. 29일 쿠웨이트전에서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웃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2-02-2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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