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아르바이트’로 거액 챙긴 메이웨더 “간단하구먼”

‘연말 아르바이트’로 거액 챙긴 메이웨더 “간단하구먼”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1-01 15:35
수정 2019-01-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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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경험 전무한 일본 킥복서에게 1라운드 TKO승ESPN “어처구니 없는 경기”…파키아오도 조롱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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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일본 킥복서 나스카와 텐신과의 비공식 3분 3라운드 복싱 대결에서 1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2분 19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EPA 연합뉴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왼쪽)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일본 킥복서 나스카와 텐신과의 비공식 3분 3라운드 복싱 대결에서 1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2분 19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EPA 연합뉴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2·미국)가 일본 킥복서 나스카와 텐신(21·일본)과의 비공식 3분 3라운드 복싱 대결에서 1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섣달 그믐날, 일본 도쿄 북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경기에서 메이웨더는 시작 링이 울리자 실실 웃으며 전투를 시작했다.

메이웨더는 1라운드에서만 왼손 훅, 오른손 어퍼컷, 그리고 또 한 번의 오른손 펀치로 나스카와에게 3차례 다운을 빼앗아냈다.

보다 못한 나스카와 측 코너는 타월을 던졌다. 그렇게 1라운드 2분 19초 만에 경기는 간단하게 마무리됐다.

현장의 일본 팬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페이퍼뷰(PPV·유료 시청)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도대체 이 경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워했다.

메이웨더가 나스카와와 맞붙는다는 발표가 나온 건 지난해 11월 5일이다.

모두를 기겁하게 만든 카드였다. 누구도 이 매치업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킥복싱 전적 27전 27승(21KO)의 나스카와는 일본 자국에서는 ‘신동’ 소리를 듣지만, 메이웨더의 지명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2017년 메이웨더와 복싱 대결을 벌인 코너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와 나스카와가 함께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린 뒤 “이 작은 꼬마는 누구야? 미친 짓이야”라고 썼다.

메이웨더는 50전 전승에 5체급을 제패했다. 오스카 델라 호야, 매니 파키아오 등 수많은 챔피언을 꺾은 데 이어 2017년 맥그리거와의 ‘세기의 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복싱계에서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 스포츠 스타 연간 수입 1위에 4번(2012·2014·2015·2018년)이나 올랐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메이웨더가 일본까지 건너와 사각의 링에서 복싱 경험이 전무한 킥복서와 싸운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메이웨더는 정작 나스카와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데 메이웨더 측에서 시원스럽게 OK 사인을 낸 것이다.

메이웨더는 대회 주최사인 일본 격투기 단체 ‘라이진’과 옥신각신한 끝에 모든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해갔다.

메이웨더 측은 정식 경기가 아닌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다고 말했지만 절대로 질 수 없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나스카와가 킥복서 출신임에도 그가 킥을 사용할 경우 1회당 500만 달러(약 55억8천500만원)의 위약금까지 설정했다.

게다가 나스카와는 키 165㎝로 메이웨더(173㎝)에 비해 8㎝가 작다. 체중도 5㎏이 덜 나간다. 힘과 체격 차이가 확연했다.

대다수 사람이 나스카와에게는 위험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체급 차이를 깡그리 무시한 매치업이었기 때문이다.

메이웨더가 양보한 것은 나스카와(8온스)보다 좀 더 두툼한 10온스 글러브를 착용한 것뿐이었다.

나스카와는 메이웨더와의 일전을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맹훈련을 소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메이웨더는 나스카와를 어린애 다루듯 요리했다.

메이웨더는 경기 직전까지도 제멋대로였다.

메이웨더는 나스카와와의 대결 시간(오후 11시)를 불과 1시간 반 앞둔 오후 9시 30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지각하며 대회 관계자들의 속을 태우더니 경기 뒤 15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간단하구먼(easy)”이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흰색 롤스로이스에 올라탔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어처구니없는 경기”라고 혹평한 뒤 “누가 또다시 이러한 서커스에 돈을 댈지 궁금하다”고 했다.

폭스스포츠는 “메이웨더는 늦게 나타나서는 3분도 싸우지 않고 900만 달러(약 100억원)를 손에 넣었다”며 보도했다.

파키아오는 “새해 결심이 생겼다. 나와 비슷하거나 더 크고, 경험 있는 적수와 계속 싸울 것이다”며 메이웨더를 조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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