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가비지타임 경기 포기 논란
김승기 감독 “천천히 공격 지시” 해명일부 팬 구단 게시판에 강한 비판 제기
승패 결정난 가비지 타임 운영 양면성
용인됐다간 승부조작 이어질 가능성도
KBL, 14일 재정위원회 열어 심의키로
김승기 안양 KGC 감독이 지난 11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1일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나왔다. 4쿼터까지 78-78로 마치며 연장전까지 간 명승부는 종료 1분 39초 전 KGC 이재도와 LG 이원대의 볼경합 과정에서 이재도에게 파울 휘슬이 불리면서 사실상 끝났다. KGC 김승기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박수를 친 뒤 브랜든 브라운 등 주전 선수들을 뺐고 KGC는 결국 78-89로 패배했다. 파울 당시 9점 차로 포기하기엔 이른 시기였음에도 김 감독의 결정은 신속했다.
김승기 감독이 이재도에게 파울 판정이 내려지자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SPOTV 중계 캡처
그러나 KGC는 아예 경기 진행 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공격 시간을 다 쓰는 게 문제였다. 홈경기장을 찾은 4018명의 관중은 감독의 결정에 경기가 일방적으로 끝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일부 팬들은 “감독이 포기한 경기를 보는 팬은 무슨 죄냐”면서 KGC 구단에 항의글을 남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다음날 “심판 판정에 아쉬운 부분은 있었고 그 부분에 어필한 것도 맞다. 하지만 감정 때문에 경기를 그르친 것은 아니다”라며 “점수 차가 많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천천히 공격하라고 지시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KGC는 이미 2011~12 시즌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승부에서 4쿼터에 23점 차로 리드했던 경기를 역전당해 팬들의 강한 비난을 산 적이 있다. 당시 이상범 감독은 사과문을 내고 “플레이오프에 포커스를 두고 경기 운영을 했다”면서 “패배의 원인을 벤치멤버에게 돌린 것처럼 보여진 부분도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강동희 전 감독이 2013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서울신문 DB
프로농구는 2013년 강동희 전 감독이 후보 선수들을 경기에 내는 방식으로 승부조작 혐의가 적발돼 영구제명된 경험이 있다. 무죄 선고를 받긴 했지만 전창진 KCC 감독도 같은 방식의 승부조작 혐의를 받았다. 다른 스포츠는 선수 개인의 일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농구의 경우 지도자의 지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스포츠와 결이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구계 관계자는 “찾아준 팬들을 위해서 끝까지 열심히 해야하는 데 공격을 안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가비지 타임이라도 10초, 15초 남은 게 아니고 1분 39초가 남았으니 공격을 해야 팬들도 ‘열심히 했구나’ 생각한다. 팬들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4일 오전 10시 30분 김 감독의 불성실한 경기 운영에 관해 심의할 예정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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