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법정관리…부품사·이통사·소비자까지 영향

팬택 법정관리…부품사·이통사·소비자까지 영향

입력 2014-08-12 00:00
수정 2014-08-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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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줄도산 가능성높아...삼성전자 등 제조업체 영향력 높아져

“사람 목숨에 기업 목숨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요즘은 어쩌면 기업 목숨이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이 회사가 워크아웃 중이던 지난 2011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팬택이라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사내 구성원들과 부품사·협력사, 이통사, 소비자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고민을 담은 말이었다.

팬택이 경영난으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여파는 과거 박 전 부회장이 했던 말 그대로 팬택 내부는 물론이고 부품사와 이통사, 소비자에까지 전방위로 미칠 전망이다.

팬택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3위 업체이지만 연간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만 해도 200만∼300만대에 달하는 만큼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규모가 3천만대가량임을 고려하면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특히 팬택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사·협력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 제품의 판매가 감소하거나 팬택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축소하게 되면 협력사들의 매출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팬택이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로부터 구입하는 부품만 1년에 2천억원 이상이다. 여기에 중소기업 등 다른 부품사 구매액까지 합하면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특히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일부 중소기업은 팬택 법정관리의 영향에 따른 ‘도미노 현상’을 겪을 개연성도 있다.

실제로 550여개의 팬택 협력사 가운데 다수는 이미 전자채권의 연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팬택의 회생 여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릴 우려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이 팬택 단말기의 추가 구매를 거부하면서 팬택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지만, 팬택이 어려워지면 이통사들도 결국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뿐이고 해외 제조사 중 그나마 일정 수준 이상의 국내 영업력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도 애플 하나뿐임을 고려하면 팬택의 위상에 따라 이통사가 받을 영향은 작지 않다.

지금도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에서 60∼70%대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3위 업체가 사라지게 되면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이통사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이통사 관계자들도 원칙론적으로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3곳은 돼야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결과적으로 이런 영향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국내 시장경쟁이 약화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굳이 가격경쟁이나 품질경쟁을 할 유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택은 지난해 최고급 제품군인 베가 넘버6의 출고가를 84만9천원으로 책정하면서 100만원 안팎의 국내 시장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의 첫 방아쇠를 당겼고, 올해도 야심작인 베가 아이언2의 출고가를 78만3천원으로 정하면서 가격 경쟁의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팬택이 ‘3위 업체’로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 가계통신비 인하를 기치로 내놓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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