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우리말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지금&여기] 우리말 제대로 쓰고 있습니까/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입력 2011-05-14 00:00
수정 2011-05-1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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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말이 있다. 듣는 순간 짜증이 솟구치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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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최여경 영상콘텐츠부 기자
하나는 ‘같다’이다. 사전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낸다. “피부, 참 백옥 같네.”, “비가 올 것 같은데.” 식이다. 문제는 너무 막 쓴다는 것이다.

얼마 전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의 과거 연애담을 들었다. 사회자가 “그 남자는 몇 살이었어요?”라고 묻자 “저보다 두 살 어렸던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전 애인에 대해 말하면서 ‘같아요’라니. 자신의 경험을 추측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남발한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좋았던 것 같아요.”, “멋있는 것 같습니다.”고 한다. 좋았다, 멋있다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말한다. 겸손이 아니라 자신감 부족이다.

만만치 않게 싫어하는 말은 과도한 존댓말이다.



최근 답변 받기가 다소 힘들었던 인터뷰가 있었다. “이 제품은 압력이 차례로 전달되셔서 좌우로 흔들리시지 않도록 잡아 주십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쉽게 고칠 수 없었던 것은 늘 이렇게 썼던 탓이다.

선어말어미 ‘-시-’는 높임을 나타낸다. 사람에게 쓴다. 친절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물건에 선어말어미를 붙여 버리기 일쑤다. 백화점·식당 할 것 없이 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모두 귀한 존재로 만든다. 듣는 ‘사람’은 빼고.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다.”고 말했지만, 요즘은 자제한다. 일행이 ‘깐깐한 사람’이라고 한마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끄럽다고도 한다. 외국어는 그리 잘하고 싶어서 안달복달이면서 정작 우리말을 제대로 쓰자고 하면 이런 말만 듣는다.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때 한글 연구에 앞장선 주시경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나라 말과 글을 이 지경을 만들고 도외시하면 나라의 바탕은 날로 쇠퇴할 것이요, … 그 미치는 바 영향은 측량할 수 없이 되어 나라 형세를 회복할 가망이 없을 것이다.”(국어문전음학) 거창한가?

그럼 이렇게 돌려 말하겠다.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말하는 것은 한국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kid@seoul.co.kr
2011-05-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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