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 불안 가능성…한국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에 파급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이탈) 우려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특히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영국이 빠지므로 영국과 별도의 FTA가 추진될 수도 있다.
8일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총선의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자유민주당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정권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대로 나온다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여부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 총리가 2017년까지 영국의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공약했기 때문에 보수당 승리로 브렉시트 우려가 고조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브렉시트 불안감이 가시화하면 국제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14%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KR투자연구소는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금융 허브로서의 영국의 위상이 위축될 것”이라며 “그동안 누린 무역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영국 기업들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EU 탈퇴는 거대한 자유무역 시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EU 27개국(영국 제외시)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GDP의 90% 수준이다. EU가 영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45.5%, 수입 53%로 높은 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EU에 대한 자유무역 포기는 영국에 손실이 될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의 EU 지원 금액만큼 다른 회원국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유럽국가들이 달가워할 상황이 아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EU 탈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의 큰 축인 유럽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로존과 관련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는 추세였는데 영국의 EU 탈퇴 논의는 기존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한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과 EU가 FTA를 맺었는데 영국이 EU에서 빠진다면 수출 등 무역 부문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영국이 EU에서 분리될 때 경제적인 충격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거칠지, 아닐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근태 연구원은 “유로존 해체 문제가 계속 시장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이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당장의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FTA 협상을 새로 맺어야 하는 것도 고려할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김준엽 연구원은 “한국이 EU와 FTA를 맺은 상황에서 브렉시트는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전망”이라며 “다만 영국과는 FTA 협상을 새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면 FTA 혜택을 볼 수 없어 한국의 대(對)영국 무역 관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의 대(對)한국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55억7천500만파운드(9조4천억원·13위), 31억8천500만파운드(5조3천억원·23위)로 집계됐다.
다만, 영국에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면 한국 증시는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 완화정책의 지속으로 한국 증시에 영국 자금이 흘러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정긴축에 찬성하는 보수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영국중앙은행의 완화정책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영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다가 3월 순매수세(4천131억원)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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