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주제 의식은 ‘무채색’
국내외 공식 석상서 검은 옷흑과 백, 인간 생사 표현
무채색 이미지 ‘흰’ 떠올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등단하면서부터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뤄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은 평소 검정을 기본으로 한 무채색 옷차림을 즐겼다. 지난 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도 한강은 모두 검은색에 바탕을 둔 차림이었다.
스톡홀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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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침묵이 흐르던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구시가지) 한림원 기자회견장.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54)이 수상자 선정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플러부터 양말에 구두까지 한강은 온통 검은빛이 돌았다. 열세 개의 샹들리에가 조명을 내뿜고 있는, 식물을 연상케 하는 금빛 장식이 상아색 벽을 휘감고 있는 회견장의 밝은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조돼 보였다.
스톡홀름에서 한강은 내내 ‘올블랙’ 차림을 고수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비공개 진행됐던 노벨박물관 소장품 기증 일정에서도, 지난 7일 한림원에서 진행된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도 그는 모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머플러 색깔만 검푸른색에서 검은색, 짙은 회색으로 조금씩 달라졌을 뿐이다. 한강은 8일 그의 책을 번역한 세계 각국 편집자들과의 비공개 ‘채식 오찬’에서도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고 이날 저녁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콘서트에도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은 이날 ‘말괄량이 삐삐’를 쓴 스웨덴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유족의 초대로 그가 생전 살던 아파트도 방문했는데 노벨재단이 9일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여기서도 그는 검은색 옷차림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등단하면서부터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뤄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은 평소 검정을 기본으로 한 무채색 옷차림을 즐겼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시상식에서도 한강은 모두 검은색에 바탕을 둔 차림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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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앞서도 국내외 거의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이후 두문불출하다가 처음 치른 공식 행사였던 지난 10월 17일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도 이번 노벨문학상 기자회견에서처럼 검은색 재킷 안에 검은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국 작품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검은색 정장에 검푸른색 머플러를 두르고 검은색 밴드에 흰색 판으로 된 시계를 찼다. 심지어 2016년 맨부커상 시상식 때도 한강의 원피스와 스타킹은 검은색이었다.
이번 스톡홀름 일정에 동행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한강 작가는 평소에도 검은색을 비롯한 무채색 위주의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깔끔하면서도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 무채색 이미지를 한강은 작품 안에서 절묘하게 구사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스웨덴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소설 ‘흰’이 대표적이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등단하면서부터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뤄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은 평소 검정을 기본으로 한 무채색 옷차림을 즐겼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은 뒤 국내 기자와 만났을 때도 한강은 모두 검은색에 바탕을 둔 차림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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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본인이 의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무채색을 자주 활용하는 것은 그의 문학적 주제 의식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강은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작 ‘붉은 닻’에서부터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뤘다.
윤정화 홍익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논문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흰 색채 이미지와 변이 양상’(2020)에서 “초기 소설에서 푸른색이나 붉은색 등 유색으로 드러났던 죽음은 결국 검은색으로 종합돼 이미지를 더욱 굳건하게 형성한다”면서 “이는 점점 탈색돼 2010년 이후로는 죽음과 삶 두 영역에 흰색이 주된 이미지를 담당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은 등단하면서부터 일관적으로 폭력과 고통, 죽음, 애도의 문제를 다뤄 왔다. 그래서인지 한강은 평소 검정을 기본으로 한 무채색 옷차림을 즐겼다. 지난 8일 스웨덴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유족의 초대로 그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도 한강은 모두 검은색에 바탕을 둔 차림이었다.
노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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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흰색과 검은색은 ‘죽음’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2016년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에 실린 논문 ‘동·서양 상복에 표현된 색채상징 연구’(김주희·채금석)에서는 “흰색과 검은색은 인간의 생과 사를 표현하는 원초적인 색상으로 동양의 상복에서는 흰색으로, 서양의 상복에서는 검은색으로 나타난다”며 “16세기 이후 검은색 상복은 살아 있는 자, 남아 있는 자를 위한 색으로 변화됐다”고 분석했다. 노벨박물관에는 한강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드레스가 전시됐는데 이 드레스도 흰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2024-12-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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