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구룡마을에 때아닌 ‘100억대 싸움’

판자촌 구룡마을에 때아닌 ‘100억대 싸움’

입력 2013-11-04 00:00
수정 2013-11-04 00: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서울 최대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 과정의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가 떳떳하다며 스스로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요청한 데 이어 강남구도 시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나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밤을 맞은 서울 강남구 개포2동 구룡마을 뒤로 최고급 아파트단지인 타워팰리스가 치솟아 있다. 1970~80년대 대규모 도심 개발로 생겨난 무허가 촌락 구룡마을은 교통 요지에 자리한 데다 내로라하는 주변 환경 덕분에 강남권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지만 개발 방식을 놓고 최근 특혜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밤을 맞은 서울 강남구 개포2동 구룡마을 뒤로 최고급 아파트단지인 타워팰리스가 치솟아 있다. 1970~80년대 대규모 도심 개발로 생겨난 무허가 촌락 구룡마을은 교통 요지에 자리한 데다 내로라하는 주변 환경 덕분에 강남권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지만 개발 방식을 놓고 최근 특혜 논란에 휘말려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따라서 공은 감사원으로 넘어갔다. 일부 토지주와 중도 보수 성향의 256개 단체 연대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은 구와 신연희 구청장을 감사해 달라고 국민 감사를 요청했다. 주민 653명으로 구성된 마을자치회는 3일 “시의 일부 환지 방식 도입에 반대한다. 범사련이란 외부 단체가 원주민 의견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은 2011년 수용을 원칙으로 한 일반적인 공영개발을 발표했던 서울시가 지난해 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개발구역 내 일정 규모의 땅으로 보상해 주는 환지 방식을 섞겠다고 변경하면서 불거졌다. 구는 돌연 ‘100% 공영개발’을 포기해 일부 토지주에게 100억원대의 개발 이익을 줬다고 주장한다. 전체 부지 28만 6929㎡의 44.2%를 소유한 정모씨 등에게 특혜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토지주 109명 가운데 990㎡ 이상 소유자는 49명으로 국공유지를 뺀 민간 토지 25만 6030㎡의 79%를 가졌다.

구는 “토지주들의 투기 의혹이 분명한데도 환지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밝히라”고 시에 거듭 요구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도 “660㎡를 환지로 받을 경우 인근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해 추정하면 137억원의 개발 이익이 발생한다. (전체적으로) 개발 이익 특혜는 464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공영개발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맞선다. 시 관계자는 “원칙 발표 때 사업 방식을 구체화하지 않았다”며 “두 방식을 섞은 것도 도시개발법 규정에 따른 공영개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특히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1가구에 돌아가는 환지가 1필지에 660㎡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특혜가 원천 차단된다고 강조했다. 환지를 개발하더라도 땅을 되살 때 취득 가격 등을 감안하면 개발 이익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는 정씨가 개포동 산156-2번지 1필지(3만 3322㎡)를 명의신탁을 통해 402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걸고넘어졌다. 환지 규모가 제한돼도 토지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개발하면 106㎡ 아파트 517채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구는 시가 인허가 승인권자인 구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 방식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 이면에 로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구는 신 구청장이 시민단체에 고발당했음에도 내심 검찰 수사를 바라고 있다. 구는 또 사업 방식을 바꾼 것은 중대한 사안인데도 주민 재공람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다양한 사업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며 구를 방문해 설명했고 구 도계위에서도 다양한 사업 방식을 검토하라고 자문 의견을 내는 등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구 역시 지난해 7~8월 일부 환지 방식 도입 내용을 담은 구역 지정안을 고시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널리 알리는 등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공람 또한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 구 관계자는 “시와 협의한 구 간부들이 행정직이라 환지 방식 도입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따라서 시의 일방통행과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접근한 구의 무능이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무허가 판자촌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서라도 혼용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고수한다. 사업 시행사인 SH공사의 땅 매입비를 줄여 임대주택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추겠다는 얘기다. 수용 방식만 적용할 경우 8000여억원을 들여야 하지만 혼용하면 크게 줄이고 임대보증금 등을 40~50%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다. 토지주와의 갈등 완화, 원활한 사업 추진 등을 혼용 방식 도입 배경으로 꼽는다. 반면 SH공사의 극심한 자금난 탓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시는 다음 달 개발 계획 발표를 목표로 지난 3월부터 마을 주민, 토지주 등과 정책협의체를 꾸렸지만 구는 환지 방식을 단 1%라도 허용할 수 없다며 불참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강남구청장으로부터 환지 계획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발 이익 사유화 방지에 대한 사항 등을 협의해 결정해야 하는데 구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며 “주민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모적 논란을 자제하고 실질적인 공익성을 담보하는 계획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용어 클릭]

■환지(換地) 방식

도시개발사업 때 수용한 땅의 소유주에게 현금 대신 개발구역 내 일정 규모의 다른 땅으로 보상해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개발하게 하는 방식. 도시개발법상 공공시설 설치 및 변경이 필요하거나 개발 지역 땅값이 인근보다 비싸 보상금을 주기 어려울 때 사용한다. 보상금만 지급하면 수용 방식, 환지와 수용 방식을 섞으면 혼용 방식이라고 부른다.

김경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민소환제도, 시민 직접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시급”

김경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 강서1)은 4일 정책간담회를 개최한 후 주민소환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시민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도는 선출직 공무원의 책임성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8년간 전국적으로 투표까지 진행된 사례가 11건에 불과하며, 해임이 확정된 경우는 단 1건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는 2019년 은평구의회 의원 소환 청구 외에는 소환 투표로 이어진 사례가 전무하여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주민소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복잡한 절차, 과도한 서명 요건, 부족한 정보 접근성, 그리고 불투명한 행정 처리가 꼽힌다. 청구서 제출부터 서명부 발급, 현장 서명 과정의 번거로움은 시민 참여를 저해하며,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명부 지참이나 서식 작성 오류 시 서명 무효 처리 등은 불필요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의 경우 유권자의 10%인 약 82만 5000명의 서명과 더불어 서울시 25개 구 중 9개 구 이상에서 각 구의 10% 이상을 확보해
thumbnail - 김경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주민소환제도, 시민 직접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시급”

2013-11-04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