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피해 준 ‘죄’로 태풍위원회서 퇴출
2005년 9월초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나비(NABI)’는 경상북도와 울릉도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중심기압이 925hPa(헥토파스칼),중심 최대풍속이 49m/s에 달한 대형 태풍 나비의 영향으로 2명이 사망하고 1천385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어 일본으로 방향을 튼 나비는 높은 온도의 해수면을 지나면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세력이 더 강해졌다.
규슈지방에 1천300mm가 넘는 엄청난 비를 뿌려 사망 11명,실종 13명을 비롯해 상당수의 인명피해를 냈다.
결국 태풍 나비는 한국과 일본에 큰 피해를 남긴 ‘죄’로 이듬해인 2006년 태풍 이름 목록에서 퇴출됐다.
11일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나비처럼 막대한 피해를 줘 이름이 ‘영구 제명’된 태풍은 2000년 이후 20개에 이른다.
태풍 이름은 2000년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 결정에 따라 태풍의 영향을 받는 한국과 북한·미국·중국·일본 등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를 28개씩 5개조로 나눠 국가명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붙여왔다.
한국은 당시 나비를 비롯해 개미,제비,나리,너구리,장미,고니,수달,메기,노루 등 동식물로 이뤄진 태풍명 10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런 태풍 이름도 영구히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어느 회원국이 특정 태풍에 큰 피해를 당하면 매년 열리는 태풍위원회에 해당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비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일본에서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 태풍위원회 총회 결정에 따라 ‘독수리’로 대체됐다.
한국이 제안한 태풍 ‘수달’도 2003년 미크로네시아에 막대한 피해를 줘 ‘미리내’로 바뀌었다.
북한이 제안한 ‘봉선화’와 ‘매미’는 각각 중국(2002년)과 한국(2003년)에 영향을 미쳐 ‘노을’과 ‘무지개’로 교체된 뒤 퇴출됐다.
‘모라꼿’(태국어로 에메랄드)은 2002년 ‘하누만’(태국의 수호신)을 대신해 태풍 명단에 올랐지만 지난해 8월 대만과 중국을 강타해 막심한 피해를 준 탓에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내년 국내에서 열리는 태풍위원회에서 퇴출되는 태풍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다시 똑같은 이름의 태풍을 맞이하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라서 ‘성질 나쁜’ 태풍은 명단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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