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본격화… 핵심 쟁점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리조트 측이 폭설로 건물 붕괴 등의 위험성이 커졌음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와 5년 전 체육관 건립 때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을 맡은 업체가 부실 시공했을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진다.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19일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 만오기념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부산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리조트 측이 폭설 속에서 부산외대 학생 1000여명을 손님으로 받으면서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점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마우나오션리조트를 17일 예약했는데 ‘폭설 탓에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 낫다’는 안내 전화가 왔다”는 일반 투숙객의 주장이 퍼져 논란이 일고 있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주목된다. 경찰은 체육관이 2009년 6월 준공 허가를 받은 뒤 75일 만에 공사를 끝낸 사실을 확인했다. 건축주와 설계사, 시공업체, 감리업체 등을 불러 시방서대로 체육관을 시공하고 적합한 자재를 사용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체육관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건축사 A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주 지역의 기준 적설 하중인 0.5kN/㎡(1㎡에 가해지는 무게가 51㎏)에 따라 설계하고 건축했다”면서 “기준치보다 눈이 많이 와 붕괴된 것으로 보이며 경주 내 샌드위치 패널(PEB) 건물 대부분은 이 기준에 맞춰 지어졌다”고 주장했다. 리조트 측이 건축비를 아끼려고 안전도가 낮은 PEB 공법으로 지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중이용시설을 PEB로 짓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 건축주와 협의한 뒤 공법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 행사를 주관한 이벤트 업체 직원들이 체육관 붕괴 사고 직후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붕괴 당시 체육관 안에는 이벤트 업체 직원 12명이 있었는데 숨진 최정운씨를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탈출한 뒤 리조트 안으로 몸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주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2-20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