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일의 고통을 외면했다”

“2000일의 고통을 외면했다”

입력 2014-11-14 00:00
수정 2014-11-1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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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시민단체 강력 반발

“원심을 파기한다.”

권순일 대법관이 주문을 짧게 읽어 내려가자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호 법정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바깥보다 더 차갑게 식어 버렸다. 지난 2월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항소심 판결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품었던 희망도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해고 노동자들은 법정을 나선 뒤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삼삼오오 모여 결과를 기다리던 동료들과 가족들은 “졌다”는 말에 망연자실했다. 이들을 도왔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수녀들도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김득중(44)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정리해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랐지만 재판부가 사측 손을 들어줘 안타깝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노동자들에게 대못을 박았지만 반드시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에 노동계와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이번 판결은 대량 해고가 노동자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충격과 갈등, 비용과 희생을 외면하고 사측의 경영권만을 앞세운 판단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4월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 발표에 맞서 77일간 경기 평택공장 점거 농성을 시작으로 2000일 넘게 지난한 싸움을 이어 왔다. 2012년 4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세상을 뜬 동료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차리고 단식을 했는가 하면 같은 해 11월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116일간 고공 농성을 하며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렸다. 하지만 분향소는 철거됐고, 고공 농성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했던 국정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들은 끝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앞으로도 산 넘어 산이다. 지난해 11월 해고 노동자들이 회사와 경찰 측에 46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징계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점거 농성 당시 발생한 원인 미상의 공장 화재를 이유로 메리츠화재보험이 110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1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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