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구제역.한파 악재 끝에 ‘결정타’
11일 발생한 일본 강진으로 관광 성수기를 앞둔 여행업계도 울상이다.한국관광공사 이병찬 일본팀장은 12일 “1995년 한신대지진이 일어난 후 여섯 달 동안은 한국을 찾은 일본인이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 그쳤다”며 “지금이 그때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정도로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1995년 당시 남은 기간 상당히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1년 단위로는 36%가량 준 것으로 집계됐다”며 “지금으로서는 어찌 손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빠른 복구를 기원하는 등 친근한 한국의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은 2009년 305만명을 기록하며 단일국적으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연 3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도 302만명을 기록하는 등 오랜 기간 입국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또 이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가장 큰 목적이 쇼핑이라, 우리나라 관광·쇼핑업계에서는 명실 공히 ‘가장 큰’ 손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악재에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올해 1월에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인은 19만6천301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줄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어 구제역 사태·한파 등 나쁜 일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인데, 안전에 민감한 여성의 방문이 9.9%나 줄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분위기에 일어난 이번 대지진은 일본인들의 해외 여행 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결국 우리나라 여행 수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의 명절 ‘춘분절’인 양력 3월21일이 올해는 주말과 이어지는 월요일이라 ‘대목’을 노렸던 여행·쇼핑업계들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다.
내국인 해외송출(아웃바운드)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국내 여행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모두 241만5천여명으로, 중국 다음 가는 인기 해외 관광지이며 최근 들어 두자릿수가 넘는 고속 성장을 계속해왔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도 현재 자사를 통해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 여부 확인에 온 힘을 쏟으면서 현지 복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행히 피해가 가장 컸던 일본 동북 해안 지방은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지역으로,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투어의 경우 비교적 지진 피해가 심한 도쿄를 방문한 130여명 중 절반은 일부 정상화된 나리타 공항과 시즈오카 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왔고, 나머지도 곧 귀국할 예정이다.
대부분 여행사가 지진이 발생한 다음부터 내일(14일)까지 도쿄를 방문하는 상품 출발을 취소한 상태로, 3월 말부터 절정을 맞는 일본 벚꽃놀이 상품 판매를 앞두고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