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제품 美수입금지 어려워져

삼성, 애플제품 美수입금지 어려워져

입력 2012-09-15 00:00
수정 2012-09-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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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예비판정에 대한 재심 청구할 계획”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4일(현지시각) 발표한 예비판정 결과는 애플 제품의 미국 판매를 막으려던 삼성의 의도가 실현되기 어렵게 됐음을 뜻한다.

삼성전자의 특허와 관련한 애플의 관세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아 앞으로 애플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가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ITC는 이날 예비판정문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4건과 관련해 애플이 미국 관세법(Tariff Act of 1930) 제337조를 위반(violation)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조항은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이 미국의 특허권·상표권·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 이를 불공정무역행위로 간주해 미국 정부가 수입금지 등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다.

ITC의 예비판정은 삼성전자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3세대(3G)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들인 미국 특허 제7706348호·7486644호와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 자판을 누르는 방법인 제6771980호, 디지털 문서를 열람·수정하는 방법인 제7450114호 중 단 하나도 애플이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ITC는 이날 예비판정문 중 이유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이유 부분에 포함된 영업비밀 사항을 양측이 삭제하도록 하는 절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예비판정 이유가 어떤 것인지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의 특허가 유효하지 않거나 ▲유효하더라도 애플이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거나 ▲애플이 침해했더라도 부품 회사가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 특허권이 ‘소진됐다’(exhausted)고 ITC가 판단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허 침해·유효 여부에 관해 ITC가 어떻게 판단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고, 설사 유효한 특허가 침해됐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애플이 특허 소진 논리 등을 통해 법률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해당 4개) 특허를 사용하는 (미국) 국내 산업(domestic industry)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ITC가 예비판정에 적시한 점도 삼성전자의 향후 승소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미국 내에 수입금지를 통해 보호해야 할 관련 산업이 없다고 본 셈이다.

삼성의 특허 가운데 2건이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표준특허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사용하는 국내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 설명에 따르면 ITC가 “(미국) 국내 산업에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번 사례도 여기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산업’ 요건은 ITC에 수입금지를 제소하는 원고측(삼성)에 필수적인 것으로, 이를 갖추지 못하면 수입금지를 받아낼 방법이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예비판정에 대해 ITC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비판정에 대한 재심 청구 결과는 11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정과 관련해 “자국 기업인 애플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ITC가 모토로라의 무선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판정한 데 대해 “모든 산업계가 쓰는 기술 표준을 위반했다고 수입금지 조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난론이 제기됐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판정을 단순히 보호무역주의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제소에 대한 최종 판결은 내년 1월께 나올 예정이고, 여기서 패소한 측은 판정 결과에 대해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에 항고할 수 있다. 그러나 예비판정 결과가 뒤집히거나 ITC 판결이 항소법원에서 파기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관세법 위반에 따른 수입금지 제소를 했던 것은 애플이 중국과 대만에서 주요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아이폰 등 애플의 주요 제품의 생산지가 미국 바깥이므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노렸던 것이다.

삼성은 이번 제소와 별도로 미국 시장에서 애플이 주요 제품들을 팔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판매금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도 잇따라 냈지만 받아들여진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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