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은행만을 욕하지 마라/김경두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은행만을 욕하지 마라/김경두 경제부 기자

입력 2011-03-25 00:00
수정 2011-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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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갓 입성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임기 말년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 간섭도 많이 하고, 혼도 참 많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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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경제부 기자
김경두 경제부 기자
그럴 만도 하다.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30억원에 가까운 스톡옵션을 챙긴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또 후계자를 놓고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도 어이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라는 일갈은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으로서 당연한 호통이다.

그런데 물 밑에선 다른 것 같다. 두 수장이 그렇게 혼을 내던 신한은행의 신임 감사에 현직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전략기획본부장)가 바로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주총에선 통과됐지만 ‘공직자윤리법’ 규정 탓에 그는 다음 달에나 출근할 수 있다. 개인 사정으로 출근일도 미뤄주는 국내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국민은행도 신임 상근감사에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장을 선임했다. 이들의 연봉은 수억원대다.

사실 금융감독 당국 출신자들이 금융권 감사직을 꿰차고 있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이지만 항상 시정되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린 저축은행 부실도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서 생긴 측면이 크다.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사금고’로 여길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것은 감시해야 할 감사들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여의도 로비’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들의 세금이 공적자금으로 투입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앞에선 호통치고, 뒤에선 잇속을 철저히 챙기는 금융당국의 이런 행태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까. 아마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라고 똑같이 질타했을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도 분명 할 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금융당국을 향해 볼멘소리를 낸 신한 이사회의 답변이 생뚱맞게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관(官)이 치(治)를 하려면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다. 그래야 ‘말발’이 선다.

golders@seoul.co.kr
2011-03-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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