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 배화여대 영문학 교수
전문대의 일부 성공 사례를 모방한 일반대가 직업교육 관련 학과를 무차별적으로 신설, 무임승차한 지도 오래됐다. 전문대의 교육목표와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전문대의 앞길이 어둡기만 해 암흑의 길을 밝혀줄 역할 모델 발굴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도입한 교과부의 WCC(세계적 수준의 전문대) 육성정책은 전문대에 대한 ‘옥석 가리기’ 사업이다. 위기에 직면한 전문대 직업교육 방향 제시의 이정표가 될 WCC 사업은 전문대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정부의 WCC에 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쟁점과 해법을 제언한다.
첫째, 미흡한 재정 지원이다. 정부의 충분한 예산 뒷받침 없이는 WCC 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WCC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WCC 명예와 책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독자적 예산을 확보해서 집중 지원해야 한다. WCC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행·재정적 지원은 전문대의 선도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모델은 국내 졸업자에 대한 산업체의 입도선매 모델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으로는 WCC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직업교육 명품 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우리나라의 WCC 발전 모델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과 공유하고 개도국의 직업교육 개발을 지원하여 국제사회의 글로벌 직업교육 공동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둘째, 너무 일반화된 현행 WCC 사업 선정지표이다. WCC 사업 평가 지표는 전문대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나 내용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들이 단기적 성과 도출에 치중되어 있어 전문대가 세계적 명품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평가지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취업률에 대한 획일적 평가, 즉 1년 단위로 성과를 도출하는 현행 평가 방식도 쟁점이다. 단순화된 계량적 성과지표보다는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급선무이다. 또한 특성화된 세계 유수 직업교육기관과의 실질적 산학협력 체결 실적을 선정지표에 투입해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WCC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산업체가 상호 브랜드를 공동 활용함으로써 윈-윈(Win-Win)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이스터고’를 통해 중등직업교육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바와 같이, 전문대도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 육성을 통해 완성된 고등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활로를 찾아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확보, 성과와 역량을 겸비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으로 탈바꿈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위기에 처한 전문대의 향후 역할 모델이자 미래이다.
2012-0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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