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세상/박경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세상/박경리

입력 2020-11-05 17:38
수정 2020-11-06 03: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세상/박경리

아이들이 간다
쫑알쫑알 지껄이며 간다
짧은 머리 다풀거리며 간다
일제히 돌아본다
아이들 얼굴은 모두 노인이었다

노인들이 간다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간다
백발,
민들레 씨앗 깃털 같은 머리칼
지팡이 짚고 돌아본다
노인들 눈빛은 갓난아기였다

박경리 선생이 시집 ‘못 떠나는 배’를 펼친 해가 1988년이었다. 시 속의 아이들, 청춘들이라 하자. 80년대 청춘들은 모두 노인 같았다.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반미, 야학, 징집 거부, 분신…. 10년 사이 한 세기의 고통을 살아버린 애늙은이 청춘들. 그 청춘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을 것이다. 한때 청춘인 그들 모두 지금은 노인이 되어 있다. 노인의 삶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어린 아기의 눈빛을 지녀야 한다. 슬프다. 내 주위의 친구들. 노인이 된 지난날의 청춘들. 어린 아기의 눈빛을 지닌 이 없다. 선생의 시에서 노인들은 모두 갓난아기 눈빛을 하고 있다. 삶은 한없이 힘들어도 꿈은 살아 숨 쉬던 그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곽재구 시인
2020-11-0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