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어음 관행 개선 시급하다

[사설] 대기업 어음 관행 개선 시급하다

입력 2010-08-03 00:00
수정 201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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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금 여유가 있는데도 어음지급 관행에 젖어 있는 일부 대기업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포럼 강연을 통해 “수십조원의 현금이 있으면서 납품사에는 현금을 주지 않고 어음을 주고, 어음도 일주일짜리를 주지 않고 한 달짜리를 주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현금이 있으면서 어음으로 결제한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넘어 탐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대표적인 대기업들은 1차 협력업체에는 현금을 주고 있으나 아직도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1~6개월짜리 어음을 주고 있다. 우량 대기업으로부터 현금을 받은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는 어음을 끊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2분기(4~6월) 중소제조업체들이 판매대금으로 받은 어음의 결제기일은 평균 122.8일이었다. 이러니 상당수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어음으로 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회사 금고에는 현금을 쌓아놓고도 납품업체에는 몇달짜리 어음을 준다면 비난 받을 일이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비중을 높이고 어음으로 결제하더라도 그 기간을 줄여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사업파트너로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현금 사정이 좋은 1차 협력업체가 2, 3차 협력업체에 또다른 횡포를 부리는 것은 없는지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어음제도는 우리나라에 있는 독특한 상(商) 관행이다. 어음제도를 갑자기 없애면 상거래 규모가 축소되고 오히려 외상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어음을 줄여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10-08-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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