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악습 뿌리뽑아야

[사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악습 뿌리뽑아야

입력 2012-08-31 00:00
수정 2012-08-3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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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되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현황에 따르면 46개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3.2%로, 2010년 말 12%에 비해 높아졌다.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액은 186조원에 이르고, 내부거래 비중은 비상장사와 총수가 있는 기업이 상장사나 총수가 없는 곳에 비해 높았다. 계열기업에 따라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80%나 되는 곳도 있다. 대기업들이 겉으로는 공정경쟁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을 표방하지만 불공정한 거래 행태가 더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그간의 동반성장 정책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할 이유다.

물론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를 무조건 나무라서는 안 된다. 계열사를 새로 만들어 원료 조달이나 판매 등의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력업종의 경쟁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이른바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부거래다. 문제는 불공정한 내부거래가 적지 않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업체나 중소업체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가령 부실 계열사를 도와주기 위해 계열사 제품을 비계열사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면 경쟁업체는 거래조건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 자동차나 철강, 기계 등 제조 대기업집단이 불공정 내부거래로 핵심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서비스 계열사의 몸집을 키워줄 경우 중소 서비스업체의 성장은 어려워진다. 일감 몰아주기가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이나 창업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을 위한 모범기준을 만들고 대기업 집단에 채택을 권고하기로 했다.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건설 등의 분야에서 경쟁입찰을 확대하고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차제에 대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공정위가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를 정기 조사해 공표토록 하고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 스스로 부당한 방식의 일감 몰아주기는 하지 않는다는 기업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2012-08-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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