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탄’ 뚫리자 “가결표 색출”, 민주정당 포기할 셈인가

[사설] ‘방탄’ 뚫리자 “가결표 색출”, 민주정당 포기할 셈인가

입력 2023-09-25 00:29
수정 2023-09-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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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표 색출, 이견 용납 않는 전체주의
파쇼 행태, 민주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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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병원 앞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녹색병원 앞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24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서 한 지지자가 응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단식 24일차인 전날 단식을 중단한 이 대표는 이틀 뒤인 26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는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로 민주당에 ‘반동분자 색출’의 광풍이 불고 있다. 당 주변 강성 지지층은 물론 당내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앞장서서 체포안에 찬성한 비명(비이재명) 의원들을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제 나라 팔아먹은 국민처럼 같은 당 국회의원이 같은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들도 “배신과 협잡”, “암적 존재”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민주’라는 이름을 내세운 정당이 노골적으로 마녀사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친명 지도부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 행태나 다름없다. 체포안 가결 처리가 예상 밖이었을 친명 진영의 충격과 분노는 물론 일정 부분 이해할 일이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안 표결은 처음부터 당론으로 정해진 바가 없었다. 표 이탈이 어느 정도 예견된 마당에 친명 지도부가 이제 와서 강성 지지층의 ‘수박 색출’ 작업을 독려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비민주적 집단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런 당 분위기에 주눅이 든 한 의원은 표결 이후 비밀투표 원칙을 깨고 ‘부결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조차 깨버린 의원이 나타난 건 당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방증한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서 사퇴했다. 지난 4일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은 이해찬 상임고문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파시즘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외려 민주당이 파시즘으로 가는 것 아닌가.

이런 광풍을 유도한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는 체포안 표결 이튿날 낸 입장문에서 “검사 독재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체포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친명 진영의 반민주적 행위에 군불을 지핀 것이다. 이 대표 앞에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놓여 있다. 법원이 그를 구속하는 경우는 말할 것 없고 그렇지 않다 해도 ‘반동 색출’ 같은 파쇼적 행태가 계속되는 한 민주당은 민주정당의 대열에서 더욱 멀어질 뿐이다. 이 나라 민주헌정 질서에 도전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 바란다.
2023-09-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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