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반면에 옆집 아저씨와 내 아버지, 옆집 아이들과 우리 형제들은 매우 친하게 지냈다. 서로 의지하는 관계였다. 아버지는 전기 사업을 하고, 옆집 아저씨는 정육점을 운영했다. 우리는 그 집에서 ‘이웃 할인´으로 매우 싼 가격의 고기를 구매하고, 그들도 역시 매우 싼 가격의 전기 제품들을 구매했다.
아이들끼리는 거의 군사동맹 관계였다.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다른 학생들로부터 위협이 생기면 바로 뭉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위험을 몰아내곤 했다. 그리고 그 집안은 문과가 강하고, 우리 집은 이과가 세서 공부도 서로서로 도왔다. 요약하자면 두 어머니는 자식이나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서 싸움을 그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 역시 어머니들을 보고 우리의 굳건한 관계를 버리지 않았다. 이웃이다 보니 갈등의 여지가 있듯이 서로 의지하는 환경도 동시에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일 관계를 보면서 그 이웃들을 생각했다.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관료들은 열심히 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와 무방하게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한국이 참 시민사회의 나라구나, 정부는 정부로서 자기 일을 하고 시민은 한 개인으로 움직이고 있다.”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관찰을 망치는 발언들을 듣다 보니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지적들은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게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에게 부탁한 운동이 아니고, 시민사회가 스스로 일으킨 운동이다. 시작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운동이 언제 끝날지도 대통령이 아닌 시민사회가 결정할 것이다. 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참여하지 않는 시민이 ‘친일’ 혹은 ‘매국노파’가 아니듯이, 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한 사람도 ‘친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지금 대한민국을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은 일본의 자민당 안에 있는 극우파 세력이지 일본 전체 국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한일 관계에서 우리가 일본을 적으로 삼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을 정상적인 라인으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웃집에 있는 우리 팬들을 삐치게 만들면 안 된다. 불매운동에 대해서 필자에게 물어 오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보복 경제 정책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화가 나서 같은 경제적인 카드를 꺼낸 거지 일본인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아베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동안 가까이 지냈던 일본인 친구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말라”라고 말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우리 동네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동맹과 갈등이 동시에 존재했으나 결국 평화가 형성됐듯이, 한일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위험한 것은 한일 갈등을 가지고 국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2019-07-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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