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표준국어대사전’은 ‘각선미’를 “주로 여자의 다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 ≒다리맵시”라고 풀이했다. 풀이에서 ‘주로 여자’가 보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다리의 윤곽을 나타내는 선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이 사전에서는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전은 같은 의미의 ‘다리맵시’에서는 “주로 여자의 다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풀이를 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다리의 곡선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사전학회 학술대회에서 ‘국어사전의 성차별적 기술의 몇 문제’라는 주제의 발표자(동국대 윤소정, 성균관대 민지원)들은 세 개 사전의 풀이를 제시하며 ‘주로 여자의 다리’라는 표현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각선미’는 “다리의 곡선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며 여성이라는 주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남자라고는 믿기 힘든 각선미가 공존했다”(노희준 ‘오렌지 리퍼블릭’)에서처럼.
‘육향’도 같은 차원에서 지적했다. 표준사전은 ‘육향’을 “주로 여자에게서 나는 살 냄새”, 고려대사전은 “몸에서 나는 냄새”, 조선말사전은 “주로 녀자의 몸에서 나는 살 냄새”라고 풀이했다. 그렇지만 “남편의 품에서 흘러나오는 아스라한 육향을 잊어버린 지 오래되었다”(정연희 ‘이치개’)에서처럼 ‘육향’은 여자에게서 나는 냄새만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양산’은 각각 이렇게 풀이했다.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표준) “햇빛이나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같이 만든 물건.”(고려대) “우산모양으로 만든 해가리우개.”(조선말) 이들은 표준사전처럼 양산의 사용 주체를 여자로 한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양산은 여자가 쓰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곳곳에 이런 방식의 서술이 숨어 있었다. 국어사전은 참고서이면서 지침서 같은 구실을 한다. 객관과 공정도 섬세하게 더해져야 한다. 올바른 국어사전의 이용은 비판적으로 읽는 데 있다.
2021-03-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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