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주차 시비/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주차 시비/오일만 논설위원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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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자 조간 신문을 펼치면서 ‘두 자매 피살로 끝난 주차시비’라는 제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주택가 골목길에 일자(字)로 나란히 서 있는 문제의 에쿠스 중형차와 모닝 경차 사진도 한눈에 들어왔다. 이웃 사이인 이 차의 주인들이 비좁은 주차 공간을 다투다 말싸움이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급기야 칼부림으로 이어진 비극적 사건이다.

주차 시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도시 주택 밀집 지역이면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더욱이 얼굴을 맞대는 이웃 간에 매일 겪는 문제인지라 감정이 악화되는 속도도 급격하게 빨라진다. 작은 말싸움으로 시작돼 방화와 살인까지 이어지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만큼 주차 시비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언제 터질지 모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주택가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주차 전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온 동네를 몇 바퀴 돌아야 겨우 주차 공간을 찾는 실정이다. 1980년대 불기 시작한 마이카 붐으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예견된 일이지만 지금까지 방치해 왔다. 아파트 거주 지역이나 차고가 있는 개인 주택이야 문제가 안 되지만 사람도 들어가기 힘겨운 골목길 주택가에서 주차 시비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주택 밀집 지역에 사설 주차장도 없거니와 설사 생기더라도 비싼 주차요금을 감당하기는 무리다. 전형적인 서민형 애환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차고지증명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일본은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차를 구입하게 하는 이 제도를 1962년부터 시행해 이웃 간 갈등에 일찍부터 대비해 왔다. 우리도 2007년 제주도에 대형차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고 2012년부터 중형차, 2015년에 소형차 등에 적용하려 했으나 자동차 업계의 반발과 부지확보 미흡 등의 이유로 2017년(중형차), 2022년(소형차)으로 각각 연기됐다.

당분간 법적 뒷받침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 구로구나 도봉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건립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주차난도 해결하자는 취지다. 불법 주차나 교통위반 과태료로 조성된 돈으로 재원을 마련하거나 이것이 모자라면 긴급 예산이라도 편성해야 한다. 지역 내 공동 시설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해법이 될 수 있다. 교회나 상가, 병원, 학교 등의 주차장이나 공터를 야간에 개방해 부족한 주차장 시설로 활용하면 된다. 의지만 있다면 길은 반드시 찾을 수 있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2014-1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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