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관계자들 “연임 가도에 입지 강해질 것”
“아랍 민주화 혁명이 반기문 사무총장의 스타일을 바꾸어 놓았다”유엔 직원들은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 발발 후 하루가 멀다하고 기자회견을 갖거나 성명을 발표하고, 각종 관련회의 소집 및 참석에 분주한 그들의 ‘보스’가 ‘사람이 바뀐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사태 관련 주요국 회의를 마친 후 파리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이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연합군이 이날 군사행동을 개시한 것과 관련, “국제사회가 국민보호 의지가 없는 정권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한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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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조용한 외교’를 강조해 왔던 반 총장의 스타일이 튀니지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와 바레인, 사우디 아라비아로 넘어오는 아랍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목소리 높은 대담한 외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 총장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던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오고 친 무바라크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누구도 이집트 정국의 향방을 알 수 없던 시점에 반(反) 무바라크 시위대의 정당성을 잇따라 언급하면서 무바라크 사퇴를 위한 국제여론 몰이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반 총장이 중국이나 미얀마 등 인권 탄압 국가들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던 인권단체 휴먼라이츠도 반 총장이 “대담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리비아 내전 과정에서도 반 총장은 시위대가 반군이 되고 외교관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에게 등을 돌리던 시점은 물론이고, 카다피 군이 전세를 장악하고 반군을 궁지로 몰아 넣으면서 카다피 집권이 계속될 것처럼 보였던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반 카다피 입장을 견지해 왔다.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19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 합동회의에 관련국들이 반 총장을 초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유엔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안보리가 결의에서 군사작전을 이행하기 전에 해당국 또는 기구들은 사무총장에게 먼저 이행계획을 전달하도록 규정할 정도로 이번 리비아 군사개입에서 반 총장의 역할은 컸다.
또 반 총장은 20일부터 아랍 민주화 운동의 발상지로 불리는 튀니지와 이집트를 방문할 계획이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이 지역의 민주화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방문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대담한 행보’을 일각에서는 연임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 총장으로서는 국가간 분쟁이나 인권 문제 등 민감한 국제 평화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아랍 사태를 거치면서 반 총장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의 측근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주장하는 시위대들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고 있고,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연임 연계’ 시각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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