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카이스트 학생들 국가기대에 부담”

“국보급 카이스트 학생들 국가기대에 부담”

입력 2011-05-23 00:00
수정 2011-05-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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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카이스트 자살 사태· 불행한 젊은이들 소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의 최근 잇단 자살 사태는 입학때 ‘국보급’ 취급을 받는 이 대학 학생들이 국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때문에 빚어졌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자살로 술렁이는 한국의 엘리트 대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들어서만 4명의 학생과 교수 1명이 목숨을 잃은 카이스트 사태를 소개한 뒤 “불행한” 한국의 젊은이들과 명문대를 중시하는 사회풍토 등을 분석했다.

신문은 카이스트에서 23일부터 기말시험이 시작되지만, 학교는 여전히 이번 자살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받은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기말시험이 다가오면서 최근 상담실을 찾은 학생들은 얼마 되지도 않고, 그 앞에는 깨진 화분에 다 죽은 나무가 일부 가로막고 있어 방문객들은 복도에서부터 환영받는다는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

또한, 언제든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전임 정신과 의사도 없으며, 교수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회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 살펴보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불행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년 연속 가장 낮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46명이 목숨을 끊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수, 배우, 운동선수, 재계인사 등 유명인사의 자살로 한국에서는 자살이 일상화됐고, 서울 지하철에는 자살방지 스크린이, 주요 8개 교량에는 감시 카메라가 각각 설치됐다.

이런 가운데 일어난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은 한국을 더욱 뼈아픈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신문은 중학교부터 시작하는 대학입시 경쟁을 집중 소개하며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서 부모들은 군대 스타일의 주입식 학교는 물론이고 과외수업에 상당한 비용을 들인다고 전했다.

1년에 한 번뿐인 11월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는 사찰에서 부모들이 온종일 기도를 올리고 공군은 시험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비행일정까지 조정한다.

학생들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일컫는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 지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사회에서 이들 대학의 졸업장은 일생을 좌우하는 증서나 마찬가지다. 명문대 출신이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카이스트는 과학고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교 성적과 면접 자료, 교장 추천에 따라 매년 1천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이들은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여겨지고 이에 따른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된다.

공부에서 항상 ‘슈퍼스타’였던 학생들은 카이스트에서 더욱 혹독한 경쟁에 내몰린다.

오경자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고등학교에서 항상 1등이었던 학생들이 카이스트에서는 40등 아니면 400등이 될 수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현상을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서남표 총장의 징벌적 등록금제가 처음에는 환영받았지만, 그 결과로 모욕감을 느꼈던 학생들은 ‘실패자’(loser)로 전락한 자신들의 처지를 확인하게 됐으며 영어수업도 준비가 안 된 가운데 이뤄져 학생과 교수를 경악하게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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