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대표 “그리스를 모욕했다”…페북에 반박 메시지 1만건 넘어
크리스틴 라가르드(56)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인의 납세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그리스가 발끈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그리스 정치 지도자들까지 라가르드 발언을 반박하는 데 가세했다고 AFP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발단은 26일자 가디언과의 라가르드 인터뷰. 라가르드는 “나는 그리스 위기보다 아프리카 어린이의 빈곤을 더 걱정한다.”면서 “많은 그리스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그리스가 들고 일어났다. 라가르드의 페이스북에 순식간에 1만 건이 넘는 반박 메시지가 붙었고, ‘그리스인은 라가르드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새로운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라가르드가 그리스를 “모욕했다.”고 흥분했고,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 노동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세금을 낸다.”고 반박했다.
한 그리스인은 “당신이 누구길래 나한테 세금을 내라고 하나.”라며 “집사람은 4년째, 나는 5개월째 실직 상태이며, 4개월 된 아기까지 있다.”고 밝혔다. 퇴직 공무원이라는 한 여성은 “단 한 푼도 탈세한 적이 없다.”며 “나와 우리 가족을 당신은 세금 도둑과 똑같이 취급했으니 사과하라.”는 글을 올렸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라가르드가 해명에 나섰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에서 “나는 그리스 국민과 그들이 직면한 도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그리스가 시련을 극복하도록 IMF가 지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세금과 관련, “그리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공정하게 부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가르드의 해명에 대해 그리스 정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회당의 베니젤로스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리스를 모욕할 수 없다.”며 라가르드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반면 시리자의 치프라스는 “그리스는 라가르드의 연민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됐다.”면서 “탈세라면 (당사자인) 부자들은 손도 대지 않고, 노동자들만 추적한 사회당이나 신민당이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12-05-2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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