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 7억명, 폭력에 갇혀 산다

전 세계 여성 7억명, 폭력에 갇혀 산다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1-03-10 22:34
수정 2021-03-1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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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9년간 161개국 조사

15세 이상 女 3명 중 1명 성적·신체적 피해
남아시아·아프리카 폭력 수준 가장 높아
성폭행 가해자 94% 애인·남편 등 파트너
코로나 장기화로 가정폭력 더 늘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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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딸을 안은 어머니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 여성인권 단체 ‘자유를 위한 여성 운동’ 회원들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여성들을 위한 정의와 사회 복지 혜택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콜롬보 EPA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딸을 안은 어머니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스리랑카 여성인권 단체 ‘자유를 위한 여성 운동’ 회원들은 이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여성들을 위한 정의와 사회 복지 혜택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콜롬보 EPA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 멕시코시티 도심 국립궁전 주변에 철제 장벽이 둘러쳐졌다. ‘페미사이드(여성살해)를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는 여성들의 폭력시위를 대비한 장벽이었다. 시위가 실제 과격 양상을 보이며 도로와 시설물은 엉망이 됐지만, 철제 장벽은 살해된 여성들의 이름과 그들을 추모하는 꽃으로 장식됐다.

지난해 멕시코에선 939명의 페미사이드 희생자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 2월 9일 멕시코시티에서 동거하던 40대 남성에게 칼에 찔려 살해된 25세 여성 잉그리드 에스카밀라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언론 보도에서 에스카밀라의 훼손된 시신을 본 여성들은 분노했다. 이틀 뒤 7세 여아 파티마 안톤이 모친의 친구 부부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뒤 시신으로 발견되자 여성들은 더이상 참지 않았다. 그해 여성의 날 다음날인 3월 9일을 ‘여성 없는 하루’로 정해 총파업에 나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9일(현지시간) 여성들은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장벽을 세운 대통령궁을 향해 또다시 항의시위를 벌였다.

남성의 폭력에 스러져 가는 여성들은 멕시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2018년 161개국에서 벌어진 여성 폭력 사례를 조사한 결과 15세 이상 여성 중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하는 여성이 약 7억 360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평생에 걸쳐 성적·신체적 폭력 위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30~39세 여성이 가장 많은 폭력을 당했다. 폭력은 이른 나이부터 시작되며 연애 경험이 있는 15세~20대 중반의 여성 중 4분의1이 애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국이 밀집한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폭력 수준이 가장 높았다. 남유럽과 동유럽,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의 폭력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파트너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우는 6%로 나타났다. WHO는 여성들이 성폭행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해 실제보다 적은 비율로 조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상황이던 지난해는 연구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다. WHO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집에만 머물면서 가정폭력이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이런 폭력은 더 악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개인, 지역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21-03-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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