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밤 EBS ‘다큐 프라임’
18일 오후 9시50분부터 방영되는 EBS ‘다큐프라임’은 만화가 허영만이 주도한 집단가출사건을 다룬다. 멀쩡한 만화가가 가출이라니? 더구나 ‘집단’ 가출이기에 허영만 말고도 가출에 동조한 인물들이 여럿 있다. 산악인 박영석을 비롯, 보험회사 영업사원, 치과의사, 고층빌딩 유리창 닦이 등 모두 14명에 이른다. 이들은 가출해서 무얼 하려는 것일까. 바로 독도에 가보자는 것이다.1년에 걸쳐 3000㎞에 이르는 항해길에 도전한 허영만. 중년 남성의 현실과 로망은 무엇일까.
이들은 일단 15년된 낡은 요트를 구입했다. 기간도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비키니 미녀가 와인을 따라주는 근사한 요트여행이란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 요트 초짜들인 이들이 비바람과 물보라에 어떻게 맞설 수 있겠는가.
온갖 산은 다 헤치고 다니는 산사나이 박영석은 물에서만큼은 속수무책이었다. 물에서만 고생한 게 아니다. 항구에 정박해서는 매트리스 하나 깔고 자야 했고, 조수 간만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멀쩡하게 정박해둔 배가 쓰러지기도 하고, 겨울 항해 때는 서로 부둥켜 안고 뜨거운 체온으로 버텨야만 했다.
그렇다고 항해하는 재미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다낚시로 건져 올린 싱싱한 횟감, 섬마을 어린이들에게 일일 선생님이 되어 준 일, 홀로 사는 할머니의 집을 고쳐드린 일 등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이들이 가출행각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허영만은 14명의 가출단원을 대표해 “남자들은 가출을 꿈꾼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일에 치여 정신 없이 살면서, 가슴이 계속 비어가기만 하는 중년남성들에게 항해란 포기할 수 없는 낭만이었던 것.
그렇기에 정작 목표였던 독도 상륙에는 실패했지만 이들 중년가출단은 슬퍼하지 않는다. 가출이란 언제나 미완성이게 마련이니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8-1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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