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경매로 미국서 환수

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경매로 미국서 환수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11-17 09:05
수정 2020-11-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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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환수한 앙구일구. 문화재청 제공
미국에서 환수한 앙구일구.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의 천문과학기술을 반영한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1점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 6월 미국의 한 경매에서 매입해 8월에 들여온 앙부일구를 17일 오후 2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다. 이와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국내에 7점이 있으며, 이중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2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仰·앙) 가마솥(釜·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일귀)로 때를 아는 시계‘ 라는 뜻으로, 백성을 살피는 애민 정신을 담아 만든 조선 최초의 공중(公衆) 시계다. 세종대왕이 처음 만들어 백성들이 오가는 종묘와 혜정교(현 종로1가)에 설치한 이후 조선 말까지 제작됐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일몰시간과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숙련된 장인이 만든 수준높은 예술작품이란 평가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면밀한 조사와 검토, 국내 소장 유물들과의 과학적 비교분석 등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6월까지 수차례 경매가 취소되고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마침내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앙부일구는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자격루, 혼천의 등 다른 과학 문화재들과 함께 연구와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계획이다. 우선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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