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세월오월’전 유보 후폭풍
예술과 정치의 ‘상관관계’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또 그 경계를 어느 선까지 구분 지어야 할까.논란은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윤 교수를 비롯해 전시 큐레이터 4명과의 회의 끝에 결국 걸개그림 전시를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윤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나왔으며 ‘세월오월’ 전시 유보라는 결정은 책임 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참여 작가들도 “작품 전시를 하지 않겠다”며 행사 자체를 보이콧할 분위기를 띠면서 재단 측은 단단히 체면을 구기고 있다.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작품 ‘세월오월’은 1980년 5월 ‘광주 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취지에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 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이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하지만 작품 속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 등이 문제가 되며 광주시에서 수정을 요구했다. 광주시는 매년 10억원 이상의 행사비를 지원하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의 막강한 후원자다.
미술계 안팎에선 “예술의 자유는 어디까지냐”는 원초적 질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행정 당국이 예술작품의 정치성을 문제 삼는 구태”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너무 직설적인 걸개그림이 예술적 차원의 풍자와 해학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문제를 단순히 예술적 표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까. 출범 20주년을 맞았다는 재단은 논란이 불거지기 전 이번 프로젝트의 대표작이라는 걸개그림의 완성 과정을 꼼꼼히 둘러봐야 했다. 이를 통해 예술적 표현과 정치적 한계 사이의 갈등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 옳았다. 중심을 잡고 조율할 수 있는 재단의 능력이 출범 20주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바로 문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8-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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