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거리 둔 채 특강 등 일정 소화
유구무언(有口無言). ‘왕의 남자’로 불리던 이재오 특임장관의 현재 심경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말이다.4.27 재보선 패배에 이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휴일인 8일 부처님오신날(10일)을 앞두고 지역구인 은평구 내 사찰을 돌아다니는 등 여의도와는 거리를 둔 채 지역구 활동에 주력했다. 평소 즐겨하던 트위터에서도 현안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분간 야당과의 소통 등 특임장관직에 충실하면서 정국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은 “침묵이 때로는 크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새로 일을 맡은 사람들이 당 쇄신과 개혁 작업을 하는데 협조를 아끼지 않되 당분간 당무에는 침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 결과가 한나라당 발전의 동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측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당 문제에 장관이 관여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여의도 행보’를 자제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은 당분간 정국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기존에 예정돼 있던 특강 등 특임장관직을 수행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모임 등 의원들과의 만남도 가급적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당내에 ‘비주류’ 원내 사령탑이 들어선 만큼 앞으로 여당에 대한 이 장관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내 쇄신 분위기에 힘입어 비주류 체제가 꾸려지긴 했어도 당 운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어 난관이 예상되는 만큼 이 장관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15일 이후 이 장관의 진로나 역할 등에 대해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각에서 일고 있는 당 조기 복귀설에 대해 이 장관의 한 측근은 “갑자기 당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장관의 소신인 개헌론과 관련,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모두 ‘개헌론자’인 만큼 새 사령탑이 개헌 문제에 대해 어떤 방향을 잡을지 지켜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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