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2주기] “90도로 기울어진 배 위 50여명 침착하고 질서 지켜”

[천안함 2주기] “90도로 기울어진 배 위 50여명 침착하고 질서 지켜”

입력 2012-03-26 00:00
수정 2012-03-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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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작업 지휘했던 고영재 함장

2년 전 26일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해경 ‘501경비함’은 대청도와 소청도 사이 해역에서 경비활동을 하던 중 천안함이 침몰해 간다는 무전연락을 받았다. 501함은 사고현장에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22km 거리를 40분 만에 달려가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56명을 구조했다. 목숨을 건 구조작업을 지휘한 고영재(57·경감) 함장은 일계급 특진 후 지난해 3월 목포해경으로 자리를 옮겨 ‘3003함’(3000t급)을 지휘하고 있다. 501함은 지난해 11월 노후화로 퇴역한 뒤 경인아라뱃길에 전시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고 함장은 “그날 겪었던 엄청나고 기막힌 일이 깨어나지 않는 악몽처럼 다가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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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재 함장
고영재 함장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됐는데.

-(천안함 사건을) 잊을 만하면 또 생각나고. 자식을 다 키워서 그런 일을 당했을 때의 부모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역시 사건 전해에 막내딸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부디 아픔을 추스르고 힘을 내길 바랍니다.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구조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함수 부분에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가라앉았을 만큼 상황이 긴박했습니다. 당시 해군이 장병을 제때 구하지 않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잘못된 얘기입니다. 해군 경비함 4척이 현장에 먼저 도착했지만 큰 함정이 접근할 경우 선체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어 주변에서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애타게 고무보트를 탑재한 해경 경비함을 기다렸던 거지요.

→승조원들의 당시 모습은 어떠했나.

-90도로 기울어진 배 위에 50여명이 가까스로 서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군인이어서 그런지 침착하게 질서를 지켰습니다. 천안함 밖으로 뛰어내리는 승조원은 없었습니다. 부상당한 장병은 우리 501함으로 와서 응급치료를 받았습니다. 구조된 후 ‘나만 살아왔다’는 자책감으로 울던 장병들도 있었습니다.

→북방한계선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남 강성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서해5도를 비롯한 지역에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천안함 사건 당시와 같이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2012-03-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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