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서 망신살 뻗친 일본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했다. 세게 손을 쥐었는지 강 장관의 손가락이 닿은 고노 외무상의 손등이 하얗게 변했다. 2019.8.1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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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한일관계를 대변하듯 두 사람이 ‘악수 신경전’을 벌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양자회담에 이어 2일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싱가포르와 중국 등 참여국이 일본의 부당한 무역도발 조치를 비판하고 한국을 두둔하면서 고노 외상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나란히 참석한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지난 1일 현지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초 일본 정부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해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바꾼 뒤 처음 열린 양자 장관급 접촉이었다.
자리 권하는 강경화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2019.8.1 연합뉴스
회담 분위기는 처음부터 냉랭했다.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두 사람이 인사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공개됐는데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 모두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그런데 악수가 끝나자 고노 외무상의 오른손등에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강 장관의 손가락이 닿았던 자리가 눈에 띄게 하얀 자국을 남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일 같은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강경황,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브리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 미디어센터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8.2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고노 외무상이 “한국은 우리의 아세안 친구들보다 더 우호적이거나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고, 누릴 것인데 강경화 장관이 언급한 불만이 무슨 근거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아세안 국가가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화이트리스트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나가야 한다. 신뢰 증진을 통해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게 공동번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발언에 좋은 영감을 받았다’며 ‘아세안+3가 원 패밀리(하나의 가족)가 돼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유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경화(뒷줄 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념촬영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뒷줄 오른쪽)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19.8.2 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제3국의 비판에 고노 외무상은 다소 당황한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13개국 외교장관이 북핵 문제를 비롯한 지역 및 국제정세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일 갈등이 비공식 의제로 오르고 다수 국가가 토론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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