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2명 포함 군산항 도착… “종교단체 관여”
탈북자 9명이 24일 중국에서 한 배를 타고 우리나라로 입국했다. 탈북자가 중국에서 배를 타고 직접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남북 대화 분위기를 모색하는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24일 중국에서 한 배를 타고 입국한 탈북자들을 태운 차량이 군산항을 빠져 나가고 있다. 이들은 군산항에 정박한 해경경비함에서 1차 조사를 받았다.
군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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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24일 오후 탈북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서해를 통해 군산항에 도착했다.”면서 “국가정보원과 해경 등 관계 기관이 군산항에 정박한 해경 경비함에서 1차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9명 가운데는 어린이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중국 어디에서 출항했고, 어떤 경로로 밀입국하려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들은 국내의 한 종교단체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서 직접 배편으로 들어오는 일이 흔치 않은데 오늘 9명이 탄 배가 입국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종교 단체가 관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은 통상 중국으로 들어간 후 제3국을 거치거나 위조 여권을 갖고 밀항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에 입국하고 있다.
탈북자 구조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배로 한국에 들어오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단속될 위험이 굉장히 크다.”면서 “한두명이 밀항해 입국하는 경우는 드문드문 있는 일이지만 9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옌타이항에서 밀항선을 타는 식으로 한국 입국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체포돼 북송되는 일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북자 집단 입국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모두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번처럼 민간 단체에 의해 이뤄지는 기획 탈북은 한해 2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대개 공개되지 않는다. 탈북자의 안전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탈북이 공개되면서 정부의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됐다. 안 그래도 지난달 북방 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의 송환 문제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조준 사격 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 사안은 남북관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우리 측에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전문가 간 접촉에 응하는 등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장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31명의 북한 주민이 NLL을 넘어온 문제가 발생한 지 불과 두달 만에 비슷한 일이 반복됨에 따라 북한 정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따라서 지난번보다 비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민간 종교단체에 의한 기획 탈북을 우리 정부의 탓으로 몰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 동북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은 아니다. 북한의 반발 강도가 세질 수 있다.”면서 “천안함 1주기를 앞두고 어려운 국면을 만드는 데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국 방식이 제3국을 통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북 소식통은 “탈북자들의 입국 과정은 주로 중국이 추방하는 형식이거나 중국에서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해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면서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백두산 화산 문제 협의는 민간 전문가 간의 협의인 만큼 예정대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1-03-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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