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적 한인 3명 군사분계선 통해 ‘조문 방북’

美국적 한인 3명 군사분계선 통해 ‘조문 방북’

입력 2012-02-04 00:00
수정 2012-02-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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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쉬쉬… ‘비밀주의’ 논란

정부가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미국 국적의 한인 3명에게 남측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조문 방북을 허용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정부가 민간 차원의 조문은 일절 불허하면서 미 국적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숨겨 지나친 ‘비밀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 박상권 평화자동차 대표이사, 주동문 워싱턴타임스 회장 등 3명이 지난해 12월 24일 경의선 쪽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했다. 문 회장 일행은 ‘세계평화련합조의방문단’ 명의로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영생을 기원한다.”는 조화를 전달하고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 위원장을 조문한 뒤 30일 평양을 떠났다. 귀환 경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이들의 방북 사실은 알려졌으나 중국을 통해 들어간 것으로 관측됐다. 통일부 주요 당국자들도 “북한 매체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로 방북은 통일부와 국방부 등 정부의 승인·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로,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를 감추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조문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이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파장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한 게 당사자의 입을 통해 알려질 때까지 정부는 시치미를 떼고 있었던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들 3명이 모두 미국 국적자라 중국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만큼 육로를 통한 방북에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 조문과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때 북측이 조문단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정 회장의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가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조문을 허용했고, 민간 차원의 조문은 불허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2012-0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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