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릇 개 못 준’ 위작의 달인

‘제 버릇 개 못 준’ 위작의 달인

입력 2011-05-14 00:00
수정 2011-05-1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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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의 달인’ 홍씨 가족은 치밀했다. 서울 당산동 자신의 집으로 고객을 초대해 거실과 안방 벽에 전시해 둔 그림을 보여 주며 고(故) 박수근·이인성·나혜석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인 양 소개했다. 홍씨는 “박수근 화백을 미8군 범죄수사대 몽타주 그리는 작업에 취직시켜 준 답례로 작품 수십여 점을 선물로 받았다.”며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치밀한 거짓말에 고미술 수집가도 깜빡 속았다. 피해자는 결국 수억원에 그림을 사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모두 가짜 그림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위조한 그림을 비싼 값에 판매하려 한 홍모(64)씨와 부인 유모(58)씨, 아들 홍모(33)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홍씨 가족은 고미술 수집가 한모(71)씨에게 유명 화가의 위작 3점을 2억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30여 년간 미술 감정 작업을 해 온 아버지 홍씨의 경험이 ‘위작 판매의 기술’이 됐다. 홍씨는 주한 미군 용산기지 안에 있는 미국의 한 대학 분교 동양학과 1학년을 다니다 그만둔 뒤 집에 작업장을 마련해 두고 미술 감정과 복원 작업을 해 왔다. 홍씨에게 계약금을 지불하고 그림을 넘겨받은 한씨는 작품 감정을 하던 과정에서 그림이 모두 위작인 것을 확인하고 구입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이 홍씨 집에서 압수한 위작 2점을 ‘국제미술과학연구소’에 감정 의뢰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판명됐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의 집에서 위작 3점 중 한 점인 박수근 화백의 그림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홍씨 일당이 사전에 빼돌린 것으로 보고 현재 그림의 위치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2009년 8월에도 이중섭·나혜석 등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본뜬 위작을 팔아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1-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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