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 10여m 절벽 추락 학생 등 41명 동승… 사망자 없어
중학교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안보 관광지인 강원 양구군 해안면 을지전망대를 다녀오던 관광버스가 10여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지만 담임 여교사의 신속한 대처로 대형 참사를 막았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담임 여교사가 사고 직전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쳐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사고로 5명이 중상을, 36명이 경상을 입었다.소방대원과 군인들이 18일 강원도 양구군 을지전망대 주변 도로 내리막길에서 추락한 수학여행 버스에 타고 있다 부상을 입은 대전 우송중학교 학생들을 긴급 후송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5~6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양구 연합뉴스
양구 연합뉴스
학생들은 “을지전망대를 출발한 버스가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중 앞자리에 타고 있던 안 선생님이 갑자기 ‘버스가 이상하니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학생은 빨리 매라’고 소리를 질러 안전벨트를 맸다.”며 “선생님이 소리를 친 뒤 3∼4초쯤 지난 뒤 버스가 붕 뜨더니 뒤집혔다.”고 말했다. 안전벨트 덕에 차창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피한 것이다. 당시 10여명의 학생들이 안 교사의 지시 전까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운(14)군은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더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고함이 들린 뒤 버스가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면서 “깨진 버스 유리창 사이로 빠져 나왔다.”며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이우용(14)군은 “선생님이 안전띠를 매라고 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며 사고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서울로 후송된 안 교사는 “내리막길에서 기사 아저씨의 기어 조작과 브레이크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을 보고 위험을 느꼈다.”면서 “순간 뒤를 보니 안전띠를 푼 아이들이 눈에 들어와 빨리 착용하라고 독촉했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말했다. 사고 수습에 나선 경찰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신속하게 대처한 교사가 학생들의 귀중한 생명을 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우송중 학생 145명과 인솔교사 8명은 관광버스 4대에 나눠타고 지난 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로 수학여행을 왔다. 학생들은 이날 을지전망대에 들렀다가 박수근 미술관으로 가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차량은 4대 중 2번째로 가던 차량이었으며 운전자 조씨는 음주측정결과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버스가 흔들리며 제동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는 학생들과 교사의 말에 따라 일단 브레이크 파열에 따른 사고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양구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2012-05-19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