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D-2> 송전탑 반대 주민 “치유 메시지 기대”

<교황방한 D-2> 송전탑 반대 주민 “치유 메시지 기대”

입력 2014-08-12 00:00
수정 2014-08-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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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상처만 안긴 철탑이 이미 곳곳에 들어섰지만 교황께서 불러주시니 아직 희망이 있다고 느낍니다.”

경남 밀양 129번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 평밭마을 농성장에서 반대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한옥순(63·밀양시 부북면) 할머니는 교황과 만남을 앞둔 12일 상당히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한 할머니와 127번 송전탑 현장 위양마을에서 농성중인 정임출(71·밀양시 부북면) 할머니, 송전선로 경과지에 위치한 가르멜 봉쇄 수녀원 대리인 최민자(58·상동면)씨 등 3명은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을 받았다.

이들은 “공사를 추진한 한전·정부와 소통도 안됐고, 공사 과정에서도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는 등 있을 수 없는 모욕과 치욕을 당했다”며 “기회가 온다면 교황에게 ‘우리와 후손들이 (송전탑 없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송전탑 공사 현장 주위에서 최근 4년간 농성을 계속해왔지만 결국 강행돼온 공사를 지켜보며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은 교황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소망했다.

이들은 “형제처럼 지내던 이웃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대한 의견을 서로 달리하면서 반목하게 된 점도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교황 미사에 초청받은 것 자체가 향후 주민과 정부·한전 간 소통 창구를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이들은 조심스레 기대했다.

이들은 “송전탑 공사는 마을 주민들을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밀어낸 뒤 막무가내로 진행됐다”며 “정부가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황이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줬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 측은 “세계적 종교지도자인 교황께서 밀양 주민들을 초청했다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며 “교황이 국가 폭력에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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