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영화 상영회 연 나카무라 다케시
지난 2018년 5월 전북 전주를 방문한 일본 노동 운동가 나카무라 다케시의 모습.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일본 오사카의 노동 운동가 나카무라 다케시(76)는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30대 초반의 항만 건설 노동자였던 그는 장시간 노동에 지쳐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노조를 탄압하는 회사로부터 모진 고초를 겪을 때 전태일을 만났다. 전태일 열사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투쟁을 그린 일본 영화 ‘어머니’를 통해서였다.
전태일과 어머니 이소선을 다룬 영화 ‘어머니’ 포스터
1978년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 ‘어머니-분노가 타오른다’는 전태일과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보다 먼저 일본에 번역돼 출판된 ‘전태일 평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9월 전태일재단은 ‘제9주기 이소선 어머니 추도식’에 온라인으로 영화를 상영했다.
전태일 정신은 한일 노동자 연대로 이어졌다. 1989년 전북의 일본계 회사에서 일하던 한국 노동자들이 폐업에 항의하며 일본으로 원정투쟁을 오자 나카무라는 노동자들의 법적 투쟁을 지원했다. 이 인연을 계기로 이소선 여사도 만났다. 매년 이맘때면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가 나란히 묻힌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본에서 찾은 영화 ‘어머니’를 한국으로 보냈다.
나카무라는 “지난 5월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의 옛 기관지를 보다가 ‘어머니’를 제작했다는 활동 보고 기록을 찾았다”면서 “도쿄 사무실에서 DVD 형태로 보관 중인 영화를 발견했고 이를 여러 장 복사해 일본 전역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상영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2년 ‘전태일 평전’이 출판된 중국에서도 노동 운동가들이 전태일 서거 50주기를 기렸다. 2008년부터 문화공동체 ‘북경 노동자의 집’에서 활동한 뤼투(52) 박사는 동반자 쑨헝과 ‘찬란한 빛-전태일에게 바치는 노래’를 작사·작곡해 전태일 재단에 보냈다. 정규식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최근 여성 돌봄 노동자들과 함께 노래 ‘삶과 마주하고’ 등을 만드는 뤼투 박사에게 노래는 “전태일에 대한 경외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전태일에게 바치는 노래를 쓴 중국 작가와 가수
중국에서 노동자를 연구하는 뤼투(왼쪽) 박사와 동반자 쑨헝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찬란한 빛-전태일에게 바치는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뤼투 본인 제공
뤼투 본인 제공
두 사람의 노동 운동가는 전태일 정신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뤼투 박사는 “중국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카무라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동 환경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전태일(全泰壹). ‘모두가 크게 하나 된다’는 그의 이름처럼, 전태일 정신은 많은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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